bbq 올리버스 미드라이너 ‘템트’ 강명구는 관계자들 사이에서 유독 좋은 평가를 받는다. 그를 상대하는 현역 미드라이너들도 “정말 공격적으로 잘하는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가장 먼저 이 얘기를 꺼내자 강명구는 “보여드린 게 없는데 참 신기하다”며 멋쩍다는 듯 웃었다.
“저번 시즌에는 연습 때 잘했던 게 그런 평가에 영향을 끼쳤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정작 대회 때는 제 기량을 많이 못 보여드려 많이 아쉬웠어요. 개인적으로 첫 세트 때 긴장을 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성적이 더 안 나왔던 것 같아요”
강명구에게 2017년은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한 해였다. 무엇보다 팀 성적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bbq 올리버스는 서머 시즌 9위를 기록했고, 승강전 끝에 간신히 살아남았다. 그는 “팀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가진 것을 충분히 보여드리지 못했던 한 해였다”고 지난 1년을 축약했다.
강명구는 지난 2015년 ESC 에버(現 bbq 올리버스)에서 프로게이머 커리어를 시작했다. 데뷔 무대는 챌린저스였지만, 1시즌 만에 팀을 1부 리그(롤챔스)로 승격시켰다. 그는 최근 재계약을 체결하며 팀의 3번째 시즌을 함께 맞이하기로 약속했다.
“올 시즌 bbq 올리버스와 재계약을 맺은 건 한국에 남으라는 아버지의 조언 때문이었어요. 저도 해외보다 한국을 선호하고요. 처음 팀에 들어갔을 때는 제가 막내였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2번째로 오래 몸담은 선수가 됐네요. 처음에 비교하면 제 기량이 많이 늘었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솔로 랭크 점수도 많이 올랐고, 연습에서도 제 실력이 발전했다는 걸 느껴요”
대부분의 팀이 소속 선수를 지키는 쪽으로 기조를 정했던 오프 시즌이었다. 그러나 bbq 올리버스는 대대적인 로스터 변화를 택했다. 보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한 결단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지난 2년간 유럽 최고 정글러로 군림한 ‘트릭’ 김강윤과 올스타 서포터 ‘이그나’ 이동근을 잡는 데 성공했다.
“사실 오늘에서야 연습을 시작했어요. 다들 일정이 있었거든요. 어떤 팀이 될지는 손발을 더 맞춰봐야 알 것 같아요. 현재 가장 큰 변화는 오더 체계예요. 지난 시즌의 저희는 ‘스노우볼’을 잘 못 굴리는 팀이었어요. 때문에 (김)강윤이 형으로부터 배울 게 많을 것 같아요”
그는 “새로 들어온 두 선수의 경험이 팀적으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시즌 bbq 올리버스는 함장 없는 항공모함이었다. 선수 개개인의 기량은 뛰어났지만, 갈피를 잡지 못했다. 초반 난전에서 이기고도 중후반 수싸움에서 밀려 자멸하는 경우가 잦았다. 리그에서 가장 수동적인 팀이라는 오명도 얻었다.
“bbq 올리버스하면 대개 떠올리시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강윤이 형이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얘기한 저희 팀의 단점에 저도 동의해요. ‘수동적이다. 사이드 라인 운영이 부족하다’ 저희도 똑같은 생각을 했어요. 게다가 기복도 문제가 됐죠. 새로 들어온 두 형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bbq 올리버스 선수단은 그 어느 때보다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진출에 불타올라 있다. 롤드컵을 경험해본 두 선수의 영입 또한 그런 취지에서 이뤄졌다.
“새로 들어온 두 형이 제일 롤드컵에 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물론 저를 포함한 나머지 선수들도 마찬가지지만요. 일단은 한국에서 잘해야 롤드컵에 갈 수 있겠죠. 저희가 형들을 잘 따라간다면 플레이오프에는 진출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그러면 더 좋은 성적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이제 bbq 올리버스의 가장 큰 숙제는 호흡 맞추기다. 기존 멤버들과 재계약을 체결한 대다수 팀에 비해 bbq 올리버스가 뒤처진 부분이기도 하다. 강명구 역시 “팀워크에 중점을 두고 연습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호흡을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나 생각해요. 팀워크에 중점을 두고 연습해야 할 것 같아요. 저희에 대한 세간의 평이 ‘수동적인 팀’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시즌 도중 고치려고 노력했지만 생각만큼 결과가 잘 안 나왔죠. 오는 시즌엔 더 나아진 모습을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강명구의 2018년 목표는 단순하다. 그는 “잘하고 싶다”고 딱 잘라 말했다.
“프로 선수들의 기록을 바탕으로 순위를 매기는 사이트가 있어요. 순위가 낮으니까 기분이 좋진 않더라고요. 미드라이너 중 네 손가락 안에는 들고 싶어요. 저는 잘하는 선수로 인정받고 싶어요. ‘페이커’ 이상혁 선수처럼 잘하는 선수로 팬들 기억에 남고 싶어요”
그런 강명구를 3년 차 프로게이머로 이끄는 원동력은 가족이다.
“가족들이 저를 믿고 계셔요. 그 믿음에 부응하고 싶어요. 처음 제가 프로게이머가 되겠다고 했을 때는 반대하셨지만, 지금은 저를 믿고 또 많이 관심을 가져주셔요. 지금의 저에겐 가족의 기대에 부응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