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숨 돌린 오너, 여전히 한 숨 쉬는 가맹점주

한 숨 돌린 오너, 여전히 한 숨 쉬는 가맹점주

기사승인 2018-01-24 05:00:00

지난해 치즈통행세와 보복출점 등 갑질 물의를 빚은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오너리스크’로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은 가맹점주들을 구제할만한 보호장치는 반년이 넘도록 마련되지 않아 여전히 무방비인 상태다.

♢ 한 숨 돌린 오너, 한 숨 쉬는 브랜드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 전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했다.

또 함께 기소된 동생 정 모씨와 최병민 MP그룹 대표이사, 김 모 비서실장에게는 무죄를, MP그룹에는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선고문에서 “정 전 회장은 요식업 프랜차이즈 회사를 운영하면서 법률과 윤리를 준수하며 회사를 운영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을 저버렸다”면서 “일반주주와 가맹점주들에게까지 피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이어 “불공정거래를 규제하고 자유 경쟁을 촉진해 국민경제의 균형발전을 도모하려는 공정거래법의 취지를 크게 훼손한 범죄”라면서 “횡령·배임 등 피해 금액이 40억원이 넘어 액수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횡령·배임 피해액의 상당 부분이 회복됐고 정 전 회장이 일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면서 “토종 피자기업을 살리는 기회를 빼앗는다면 정 전 회장과 가맹점주에게 피해가 되며 적지 않은 가맹점주가 선처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복출점과 허위유통마진 등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단했다. 재판부는 “보복행위에 대한 충분한 증거가 없고 피자 취득세로 부당이익을 얻어 가맹점주에게 피자 가격을 부풀렸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 전 회장은 2015년 1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가맹점에 치즈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친인척이 운영하는 회사를 중간에 끼워넣는 방식으로 57억원의 물류마진을 부당하게 챙겼다.

또한 탈퇴한 일부 가맹점주들이 새로운 브랜드를 설립하자 인근에 직영점을 출점하고 할인·마케팅을 이어가는 등 영업을 방해한 혐의도 받았다.

이밖에 친인척과 측근을 직원으로 허위 등록해 급여를 받게하는 방식으로 29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기도록 도왔다.

당시 검찰 측은 “이 사건은 ‘을’의 지위에 있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을 상대로 ‘갑’인 정우현 전 회장과 그 일가가 사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온갖 갑질을 자행한 사안”이라면서 “이번 수사를 통해 프랜차이즈 업계에 만연한 갑질 횡포에 경종을 울렸고 향후에도 사회 각 분야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을 따라 엄정히 수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여전히 보호 사각지대… 우산 없는 가맹점주

당시 정우현 미스터피자 회장과 최호식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 등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오너리스크와 관련된 논란이 커지자 가맹점주들의 피해를 구제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본사보다 일선 가맹점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야기한다는 이유였다.

실제로 지난해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호식이두마리치킨 가맹점의 카드매출 자료분석결과에 따르면 최호식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의 성추행 사건이 처음 보도된 지난해 6월 5일 이후 하루 매출이 전달 같은 요일 매출 대비 최대 40% 감소했다.

또한 미스터피자 가맹점주 협의회는 2016년 정 전 회장의 경비원 폭행사건 이후 매장 매출은 전년 대비 최대 60% 감소했고 매장 60여곳이 매출 부진으로 문을 닫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스터피자가 속해있는 MP그룹 주식의 경우 상장폐지가 거론되기도 했다. 한국거래소는 주권매매거래정지 기간을 기존 ‘상장폐지 사유 해당여부 결정일’에서 ‘개선기간 종료 후 상장폐지 여부 결정일까지’로 변경한다고 지난해 공시했다. 개선기간인 2018년 10월 11일 이후 개선계획 이행여부에 따라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된다.

오너리스크로 인한 피해가 이어지자 지난해 10월 27일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오너리스크로부터 가맹점주를 보호하고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자정실천안을 발표했다. 당시 자리에는 박기영 한국프랜차이즈협회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비롯해 협회 임원들이 참석했다.

자정실천안에는 가맹사업자와 소통강화와 유통폭리 근절, 가맹사업자 권익보장 등 4개 주제 11개 추진과제로 구성됐다.

그러나 법적 강제력이 없고 직접적인 보상 없이 형식적인 실천안만 담겨 논란이 불거졌다. 세부항목에 상생기반마련을 위한 ‘프랜차이즈 공제조합’이 있지만 오너리스크로 인한 피해를 보장하고 있지 않다.

또한 ‘어디까지를 오너리스크로 인한 피해로 판단할 것인가’와 ‘얼마나 보상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과 그 가이드라인이 없어 실질적인 혜택을 받기 어려운 상태다. 그나마도 공제조합의 경우 수요조사·출자 등에 시간이 소요돼 실질적인 설립 착수는 내년 하반기부터 이뤄질 예정이다.

서울 성북구에서 치킨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있는 한 사업자는 “(오너리스크 관련) 보호장치가 마련될 거라는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들었지만 그 이후로 결정 된 것이 없다”면서 “불매운동에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이 가맹점주이니만큼 보상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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