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의 입시를 일반고와 동시에 실시하도록 하면서 예비 중3 학생과 부모들의 불안감이 일었다. 자사고, 외고 지원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전략을 수정하게 될 경우 고입 시행령 변경은 대다수 학생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그러나 자사고, 외고 지원 심리는 위축될 수 있지만 해당 고교들의 대입 경쟁력이 약해진 것은 아니라며 성향에 맞는 고교를 선택·지원하는 것이 고입과 대입을 꿰뚫는 전략일 것이라고 조언한다.
◇자사고·외고·국제고, 일반고와 동시 전형 실시… “지원 심리 위축”
교육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현재 중학교 2학년이 고교에 진학하는 2019학년도부터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가 일반고와 동시에 신입생을 선발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개정된 시행령은 전기로 분류됐던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신입생 모집 시기를 후기로 전환해 일반고와 함께 실시하도록 했다. 또 후기고 지원은 1개 학교에 한해 가능하도록 한 이중지원 금지 조항도 넣었다.
자사고·외고·국제고 지원자 중 불합격자는 이들 학교의 추가 모집에 다시 지원할 수 있다. 일반고에 가려면 평준화 지역인 특별시·광역시는 각 교육청 여건에 따라 추가 배정을 받고, 도 단위 비평준화 지역의 경우 현재와 동일하게 인근 비평준화 지역 추가모집 일반고에 지원하면 된다. 시·도별 구체적 배정 방법 등은 오는 3월 발표될 예정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의 조치에 따라 자사고·외고·국제고 지원율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실제로 지난해 고입에서 서울외고 일반전형이 미달을 기록하는 등 자사고·외고의 경쟁률이 일제히 하락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평가팀장은 “고입 동시 실시는 해당 고교에 지원하고자 하는 심리를 더욱 위축시킬 것으로 보인다”며 “불합격할 경우 선호도가 낮은 자사고·외고·국제고에 다시 지원하거나, 일반고로 배정될 때에도 선호도가 낮은 일반고로 진학해야 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지역 내 고교들의 선호도 차이가 크지 않아 어느 일반고에 배정되든 상관이 없다면, 낮아질 경쟁률을 기회 삼아 대입 실적이 좋은 자사고·외고·국제고에 지원을 해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 학교별 모집요강 확인… “자사고는 반영 교과·학기 참고”
고입 실시 일정에는 커다란 변화가 생겼지만, 전형 방법에는 별다른 변동사항이 없다. 서울과학고 등 영재학교는 오는 3월 입시요강을 발표해 4월부터 원서접수를 비롯한 입학전형을 시작한다. 1단계에서 수상성적 등이 기록된 학교생활기록부II, 자기소개서, 추천서를 바탕으로 한 서류평가가 진행되며 2단계 영재성 검사, 3단계 캠프를 거쳐 학생을 뽑는다. 영재학교는 중1부터 지원 가능하고 학교별 중복지원도 가능하다. 단, 최근에는 2단계 영재성 검사 일정이 통일돼 서류에서 중복합격 1곳을 선택해 영재성 검사를 치러야 한다.
과학고는 보통 7~9월 원서를 접수한다. 학교마다 차이가 있지만, 1단계 서류평가 및 출석·방문 면담, 2단계 소집면접(11월경 예상)으로 이뤄진다. 이는 5월 발표될 각 고교별 입학 요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영재학교와 달리 과학고는 출신 중학교의 소재지에 따라 해당 지역의 과학고(시·도 소재에 과학고가 없는 지역 제외)에만 지원이 가능하며 중복지원은 안 된다.
외고·국제고의 경우에는 모집시기뿐 아니라 성적 반영 방법에 있어 전년과 차이가 있다. 3학년 성적을 상대 평가해 1~9등급으로 나누었던 것과 달리, 2학년 성적과 마찬가지로 절대 평가해 A, B, C, D, E 등급으로 구분해 성취도 평가를 한다. 이에 따라 내신 성적의 변별력이 약해지면서 면접 비중이 커질 전망이다. 전형 방법은 1단계 영어내신과 출석으로 모집정원의 1.5~2배수를 선발하고, 2단계에서 1단계 성적과 면접 성적을 최종 반영한다.
우 팀장은 “외고 지원 시에는 학과를 선택해 지원해야 하는데, 이 때 학생의 선호도, 적성을 최우선시해 선택하는 것이 맞지만, 사실 경쟁률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일반적으로 학생들이 더 선호하는 영어과나 중국어과가 오히려 경쟁률이 낮을 수가 있고, 오히려 비선호 외국어과에 지원자가 몰릴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사고의 경우 전국단위와 광역단위 모집에서 차이가 있다. 광역단위 자사고 내에서도 서울과 그 외 지역의 방식이 다르다. 지난해 모집요강을 살펴보면, 전국단위 자사고의 교과성적 반영방식이 반영 교과목 및 학기 수에서 차이를 보였다. 우 팀장은 “자사고 지원자들의 성적이 최상위권에 속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반영 교과, 반영 학기를 참고해 나의 경쟁력을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사고는 대개 1단계 교과성적과 출결로 모집정원의 2~3배수를 모집하고, 2단계에서는 1단계 성적과 제출 서류, 면접 등의 평가요소를 통해 신입생을 가린다. 올해 외대부고는 국제, 인문사회, 자연과학과정으로 나눠 선발하던 방식을 통합과정으로 함께 모집한다. 이 같은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8월경 발표될 학교별 모집요강은 꼼꼼하게 살펴보는 게 좋다. 광역단위 자사고 가운데 서울 방식을 따르는 고교는 1단계에서 교과성적에 관계없이 추첨해 단계별 합격자를 선발하고 2단계에서 면접(자기주도학습영역+인성)으로 학생을 최종 선발한다. 서울 이외의 방식은 1단계에서 교과성적과 출결, 2단계에서 1단계 성적과 면접을 통해 학생을 선발한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