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 상반기 주택 후분양제를 추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면서 건설업계에 후폭풍이 불고 있다. 일단 후분양제가 시행되면 금융 비용이 추가로 발생해 자금조달 마련에 비상이 걸릴린다. 또 현재 건설사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선분양제에 맞춰 있어 사업 구조 재편도 필요하다. 특히 주택 비중이 높은 중견건설사들은 당장 사업 추진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7일 건설·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이 올해 후분양제 도입 현실화 문제를 놓고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이에 대비해 건설사들은 금융조달 방법을 비롯해 사업 구조 개편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일단 건설사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금융 자금 조달 방안이다. 후분양제는 선분양제와 달리 건설사 등 사업자가 분양자들의 계약금과 중도금 없이 2~3년간 공사대금을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해 사업자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 실제 민간까지 주택 후분양제가 적용될 경우 건설·시행사들에게 추가로 소요되는 금융비용은 연간 최대 5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자금력과 브랜드파워가 있는 대형 건설사도 부담이 가중되지만, 자금조달 능력이 부족한 중견·중소 건설사는 도태가 불가피하다. 특히 재무구조가 좋지 않거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건설사는 자금력 있는 시행사의 단순 시공 하청 업체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견 건설사일수록 주택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데 후분양제를 도입하면 분양 초기의 막대한 공사비를 조달하기가 벅차 사업 추진이 지금보다 어려워질 전망이다.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후분양제가 시행되면 금융비용 등이 추가로 발생해 상대적으로 중소·중견건설사의 부담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며 "현재 시장 환경에서 후분양제 도입은 시기상조이며, 주택금융시스템의 구조적 개편이 이뤄진 뒤 점진적으로 확대해아 한다"고 주장했다.
아파트 후분양제를 시행할 경우 건설사 재무 능력에 따라 주택사업의 경제성이 판가름날 것이라는 게 건설업계의 분석이다.
한편 국토부는 올 상반기 제2차 장기 주거종합계획(2013~2022년)을 통해 후분양제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후분양제는 공공부문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단계적으로 도입하면서 민간에서는 자발적인 후분양을 촉진하기 위한 각종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투트랙 전략이 추진된다.
이연진 기자 lyj@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