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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정말 열심히 연습하면 다음 시즌에 성과가 나온다고요. 연습했던 걸 대회에서 발휘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이제 다음 시즌엔 서머 때 연습한 결과물이 나올 테니 더 좋은 활약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난해 9월, 삼성 갤럭시와의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지역 대표 선발전 최종전을 끝으로 2017시즌 일정을 마친 박종익을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서머 시즌 눈에 띄게 기량을 향상시킨 비결을 묻자 그는 그렇게 답했다.
그때 그의 말은 옳았다. 해가 바뀌자 박종익은 리그 최고의 서포터로 발돋움했다. 아니, 리그 최고의 선수 중 하나로 우뚝 섰다. 6일 콩두 몬스터전에서 1·2세트 모두 MVP 포인트를 독차지, 총 500점으로 리그 선두에 올랐다.
인터뷰 당시 박종익의 뛰어난 프로 정신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아프리카는 연습량이 많은 게임단 중 하나다. 이와 관련해 말을 꺼내자 박종익은 “힘들지만 거부감은 없다”며 “고생한 만큼 달콤한 열매를 먹을 수 있다”고 대수롭지 않아했다. 인터뷰에도 15분가량을 늦었는데 “점심시간에 라인전 연습을 하느라 늦었다”고 사과했다.
재기의 발판으로 왜 해외가 아닌 한국 무대를 택했는지 물었다. 실제로 아프리카 입단 전 해외 팀과도 어느 정도 계약에 진전이 있었다. 그는 ‘명예회복’을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저 스스로 한국 팀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었어요. 저는 옛 친정팀인 롱주 게이밍(현 킹존)에서 크게 성공을 거두지 못했잖아요. 그대로 해외로 떠난다면 한국에서 실패하고 도망가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한국에서 성적을 내는 게 우선이라 생각했죠”
박종익은 늘 실험적이다. 지난해에는 누누, 갈리오, 케넨, 카밀 등을 서포터로 사용했다. 롱주 시절에는 마오카이와 이렐리아도 그의 재료가 됐다. 이제는 바텀 듀오의 바이블이 된 ‘고대유물 방패’ 아이템 트리도 그와 바텀 파트너 ‘크레이머’ 하종훈이 발견해냈다.
그는 당시 ‘불타는 향로’를 최대한 빨리 구매하기 위해 이와 같은 아이템 트리를 만들어냈다. 둘은 이밖에도 골드 수급룬을 사용하거나, 자신이 CS를 수급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봤다고 한다. 이때 박종익은 한 살 어린 하종훈을 두고 “존경한다”나 ‘대단하다’는 표현도 스스럼없이 썼다.
물론 하종훈도 지난달 31일 bbq 올리버스전 승리 이후 인터뷰 석상에서 “저는 항상 박종익이 롤챔스에서 가장 잘하는 서포터라고 생각했다”며 신뢰에 답했다. 이와 같은 둘의 상호 존중은 아프리카를 리그에서 손꼽히는 바텀 강팀으로 탈바꿈시켰다.
인터뷰 말미 박종익은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시종일관 겸손했지만, 동시에 자신감에 차있는 말투였다. 그리고 그 확신은 현실이 됐다. 현재 리그에서 ‘박종익보다 높은 클래스’라고 확신할 수 있는 서포터가 몇이나 될까. 소속팀 아프리카도 오늘 승리로 리그 3위까지 도약했다. 이 모든 건 예견된 결과였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으므로.
서초│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