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vs 책] ‘피시 스토리’ vs ‘한 시간만 그 방에’

[책 vs 책] ‘피시 스토리’ vs ‘한 시간만 그 방에’

기사승인 2018-02-26 05:00:00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 이미 너무 많은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쓰는 사람들은 지금까지 등장한 이야기를 어떻게 변형하고 조합시키는지에 집중하기도 한다. 익숙하지만 그 안에서 새로움을 찾고 작은 변화로 완전히 다른 이야기처럼 느끼게 하는 방법도 있다. 익숙함은 지루하지만 그만큼 안전하다.

그럼에도 새로운 이야기에 도전하는 작가들이 있다. 일본 소설가 이사카 고타로도 그 중 하나다. 배우 강동원이 주연한 영화 골든슬럼버의 원작을 쓴 이사카 고타로는 이사카 월드라는 신조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소설이 그가 태어나고 자란 도시 센다이에서 벌어지고, 다른 작품의 주인공들이 스쳐지나가는 인물로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평론가 이케가미 후유키는 이사카 월드에 대해 얼핏 보기에는 뿔뿔이 흩어져 있는 별처럼 보이지만 멀리서 보면 거대한 별자리와 우주를 구성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스웨덴의 작가 요나스 칼손도 스타일의 독특함에선 밀리지 않는다. 연극 무대와 스크린을 오가는 배우이기도 한 요나스 칼손은 단 두 권의 책으로 평단과 독자들을 사로잡으며 베스트셀러 작가에 등극했다. “짧지만 강력한 문장들로 독자를 끌어당기는 작가”(뉴욕타임스), “개인의 목소리를 가장 섬세하게 포착하는 작가”(퍼블리셔스 위클리)라는 외신의 극찬을 받기도 했다.

 

피시 스토리

피시 스토리는 소설가 이사카 고타로가 2000년 데뷔한 이후 6년 동안 쓴 네 편의 단편을 묶은 소설집이다. 이미 2007년에 피쉬 스토리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책을 개정판으로 다시 냈다.

한 의문의 작가가 남긴 소설 속 문장이 각각의 등장인물들의 인생에 개입하는 내용의 표제작 피시 스토리부터 매일 밤 동물원 바닥에 누워서 자는 수수께끼의 남자를 추적하는 동물원의 엔진’, 행방불명된 남자를 찾는 사이 오래된 마을의 기묘한 풍습을 알게 되는 도둑의 이야기 새크리파이스’, 빈집털이 남자와 그의 친구들이 한 야구선수를 구제하기 위해 분투하는 포테이토칩까지 장난기 넘치는 이사카 고타로의 초기작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소설들이 담겼다.

골든 슬럼버를 통해 이사카 고타로에 관심을 갖게 된 독자들이 입문하기 좋은 책이다. 작가의 상상력과 특유의 문체가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작품에 이르렀는지 알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한다.

 

△ 한 시간만 그 방에

한 시간만 그 방에는 배우 출신 작가의 첫 번째 장편 소설이다. ‘가능한 빨리 남들이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되고자 자로 잰 듯한 규칙적인 삶에 매달리는 비에른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방을 만나 거짓과 진실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담았다. 소설의 모호한 이야기 속에서 느껴지는 불안이 책장을 넘기게 하는 힘으로 작용하는 독특한 소설이다.

배우 출신 작가답게 생동감 넘치는 인물들의 대화와 묘사, 몸짓, 표정이 인상적이다. 자신들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기를 강요하는 순종적인 문화 속에서도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는 비에른을 통해 우리가 사는 세계를 보여준다.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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