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을 고발하는 #Me Too(미투‧나도 당했다) 운동이 전국적으로 들불처럼 번지면서 국민적 공분이 이는 가운데 경남에서도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이 여파로 경남 연극계에서 내로라하는 거장들이 줄줄이 도마에 오르며 지탄의 대상이 됐다.
앞서 후배 여경의 성폭력 피해를 도와줬다가 거꾸로 봉변을 당한 경남경찰청 소속 한 여경의 1인 시위도 미투 운동과 맞물리면서 큰 파장을 낳았다.
창원지검 통영지청 소속 서지현 검사로 촉발된 미투 운동은 특히 경남 연극계를 강타했다.
연극계 거장으로 알려진 밀양연극촌 이사장 이윤택 연출가, 같은 밀양연극촌 하용부 촌장에 이어 김해 ‘번작이’ 극단 대표의 성폭력까지 숨겨졌던 연극계의 치부가 낱낱이 드러났다.
경남연극협회가 이번 사태에 책임을 느끼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경남연극협회는 26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극계 성폭력 사태에 실망과 분노를 느낄 경남도민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또 그동안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온 피해자들과 그 가족, 연극동료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사과했다.
이훈호 경남연극협회 지회장은 “이윤택 연출가와 밀양연극촌을 둘러싼 성폭력 사태, 김해 극단 번작이 조모 대표의 성폭력 사태는 ‘위계서열이 강조되는 연극계에서 권력을 악용한 사례로, 배우를 꿈꾸는 어린 청소년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성폭행한 범죄행위’”라고 못박았다.
이에 경남연극협회는 “이번 사태를 경남연극인이 안심하고 활동할 수 있는 건강한 작업 환경을 만들어가는 전환점으로 삼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방관자이면서 또 다른 가해자인 회원 영구제명‧학교 외부 강사 자격 박탈 등 처벌 ▲성평등 규약 마련 ▲정기적인 성폭력 예방 교육 실시 ▲성폭력 피해자 보호 장치 마련 등을 약속했다.
이 지회장은 “경남연극협회가 연극인들 개개인의 인권을 지키는데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점을 다시 깊이 반성하며, 도민들의 질타와 충고를 겸허히 받들어 연극하기 좋은 경남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날 경남도청에서 도내 40여 개 성폭력 피해 상담 기관 협의체인 경상남도여성복지상담소‧시설협의회도 기자회견을 열고 문화예술계 성폭력 사태를 규탄했다.
이 단체는 “문화예술계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한 성폭력은 우리사회의 성폭력이 성차별적이고 위계적인 조직문화에서 비롯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감과 연대를 의미하는 위드유(함께)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어 이 또한 매우 고무적이고 반가운 소식”이라며 “피해자가 희망하면 상담과 의료, 법률 등을 지원하고, 연극계 전반에 만연한 인구침해 문제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미투 운동이 연극계에 이어 문화예술계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지역을 넘어 우리나라 문화계 전체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창원=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