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의 ‘로또청약’ 열풍에 급격히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강남권 신규 아파트 분양에서 청약 광풍이 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예비 청약 수요가 급격 이탈하며 분위기가 식고 있다. 최근 주요 강남 재건축 사업지에서 일반분양에 나선 건설사들이 자체 신용보증을 통한 중도금 대출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여파를 미치고 있다.
1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강남 재건축 일반 분양에 나서려 했던 일반 청약자들이 대거 이탈하고 있다. 특히 이달 2차례나 분양이 미뤄지고 ‘10만 청약설’이 나놀던 개포 8단지는 청약경쟁률이 대폭 낮춰질 전망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자금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청약을 포기했고 그 외 청약 대기자들은 자금조달 계획을 새로 짜고 있는 중이다. 사상 최고점으로 예상됐던 청약가점 점수와 경쟁률도 현격히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포동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개포 8단지 분양을 앞두고 하루에 100통이 넘는 전화가 올 정도로 문의 전화가 많았는데 이번에 중도금 대출이 무산되면서 청약 포기자가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현상의 주요 이유는 대형 건설사들이 강남 재건축 신규 아파트 분양에서 시공사 보증 중도금 대출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개포 8단지 재건축 디에이치자이 개포 중도금 대출에 대해 시공사 연대보증으로 40%를 지원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분양 직전에 취소가 됐다. 이 단지는 현재 주변 시세와 일반 분양가가 4억원 가량 차이가 발생해 일명 로또로 불리며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대출 자금줄이 막혔다.
이달 강남권에서 분양하는 논현 아이파크 역시 분양가가 9억원이 넘는 가구에 대해 시공사 연대보증을 제공하지 않는다. 현대산업개발은 9억원 미만인 54가구를 제외한 45가구에 대해 시공사가 별도로 보증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또 오는 4월 분양 예정인 서초우성1차 재건축 단지도 시공사 연대보증을 제공하지 않는 방침이다.
그동안 건설사들은 시공사 자체 보증으로 중도금 일부를 제공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연대보증을 지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중도금 대출을 제공하지 않아도 분양가가 시세보다 낮게 책정돼 청약에 무리가 없고, 정부의 강력한 규제 속에 금융 부담을 감당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정부는 민간택지에 대해 정부 산하 기간인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보증'을 통해 분양가를 사실상 규제하고 있다. 여기에 중도금 대출보증 한도를 1인당 2건 이내, 6억원 이하로 강화했으며, 분양가가 9억원이 넘는 주택은 보증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앞으로도 정부가 강남권 저가 분양 정책을 고수한다면 건설사 자체 중도금 대출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강남 재건축 분양은 정부의 규제로 분양가가 낮게 책정돼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수요는 이미 마련돼 있다”며 “앞으로 자체 보증 중도금 대출이 없어 지면 청약경쟁률은 낮아지겠지만, 적어도 강남에서 미분양이 나는 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연진 기자 lyj@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