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에 사업장 주소지를 두고 있는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과 STX조선해양 노동자들이 봄이 왔음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주로 임금인상 등을 두고 벌어지는 춘투(春鬪)가 이번에는 사활이 걸린 생존 투쟁 양상이어서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사태가 어떻게 해결될지 주목된다.
◇한국지엠 비정규직 “원청 불법파견 여부 발표하라”
한국지엠 창원공장은 군산공장 폐쇄에 이어 본사마저 철수설이 불거지면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최근에는 정규직 직원들을 상대로까지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보니 비정규직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풍전등화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원청업체인 한국지엠 창원공장의 불법파견 여부를 가릴 고용노동부의 ‘수시근로감독’ 결과 발표까지 미뤄져 이들의 속만 더욱 타들어 가고 있다.
불법파견이 인정되면 정규직으로 고용될 수 있는 길이 열려 현재로써는 원청업체의 ‘불법파견’ 판정이 비정규직노조의 유일한 희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지엠의 철수설과 맞물리면서 고용노동부가 이를 두고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짙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비정규직노조가 결국 물리적 행동에 나섰다.
금속노조 한국지엠 창원비정규직지회는 26일 한국지엠 창원공장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고 컨테이너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고용노동부의 조속한 수시근로감독 결과 발표를 촉구하고 있다.
◇STX조선해양 노조 “정규직 자르고 비정규직 대체 안 돼”
노사 간 전운이 감돌기는 STX조선해양도 마찬가지다.
금속노조 STX조선해양지회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고강도 자구책’이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STX조선해양 노조는 지난 22일‧23일 부분파업을 시작으로 이날에는 전면파업에 나섰다.
노조는 ‘생산직 인건비 75% 감원’이 골자인 구조조정안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노조는 “4번의 혹독한 구조조정으로 정규직 노동자가 3600명에서 1400명으로 60% 줄었다”며 “현재 15척의 배가 수주돼 있어 2000여 명의 추가 고용이 필요한 상황에서 인적 구조조정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자충수”라고 비판했다.
이어 “채권단이 고정비 절감을 인건비용 75% 삭감을 통해 확보하려고 하지만 유‧무급 휴직자 외에도 50% 삭감된 임금으로 지급하고 있어 인건비용 삭감은 고정비 절감 효용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이제까지 5차례에 노사 확약서를 제출하고 고용이 담보된 회사 정상화를 위해 고통을 견뎌왔다. 더 이상 사람자르기식 구조조정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노동자 고용이 보장되고 사업장을 제대로 살릴 의지가 있다면 노사 의견을 조율해 정상화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관계자는 “한국지엠 사태도 비정규직 문제가 계속 해결되지 않고 곪다가 결국 터진 것”이라면서 “또 정부가 내 놓은 중형조선소 대책은 비정규직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향후 중형조선소를 포기하는 정책과 다름없다. 노조는 인적 구조조정에 절대 동의할 수 없고, 더욱 강고한 투쟁을 펼쳐 낼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