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수비가 다시금 한국 축구를 악몽으로 몰아넣고 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성인 남자 축구대표팀은 28일(한국시간) 폴란드 호주프의 실레시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폴란드와의 A매치 평가전에서 2-3으로 패했다. 이로써 신태용호는 3월 유럽 원정전을 2전 2패로 마무리했다.
한국은 이날 전반에만 2골을 허용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후반 막판 연달아 득점하며 동점까지 따라 붙었지만 추가시간 중거리 골을 허용하며 패배의 쓴 잔을 들었다.
월드컵까지 3개월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수비 불안이 가장 큰 과제로 떠올랐다. 한국은 앞선 북아일랜드전을 포함해 2경기 5실점으로 무너졌다. 지난해 10월 유럽 원정전(러시아, 모로코)을 포함하면 4경기 12실점이다. 경기당 3실점을 한 셈인데, 득점은 1.25골에 그쳤다.
이대로라면 월드컵 경쟁력을 얘기할 수 없다. 한국은 앞선 북아일랜드전에서도 상대가 준비한 세트피스 함정에 완벽히 빠지며 동점골을 허용했다. 경기 막바지엔 수비 집중력 문제가 다시 드러났다. 단 한 차례 역습으로 골을 내줬다. 이날 한국은 점유율 74%를 가져가며 경기를 지배했다. 슈팅 역시 13개로 홈팀 북아일랜드(4개)에 크게 앞섰다. 경기를 주도하고도 결과물은 가져오지 못한, 월드컵 본선무대였다면 최악의 시나리오다.
폴란드전에서도 뻔한 패턴에 당했다는 평가다. 한국은 폴란드를 ‘가상 독일’로 상정했다. 힘과 스피드를 겸비한 이 팀은 조금만 수비 틈이 보이면 중거리 슈팅으로 공간을 벌린다. 측면에서는 기회가 되면 지체 없이 크로스를 올리는데, 공격수 머리에 정확히 갖다 대는 순도 높은 패스가 특징이다.
폴란드의 3득점 중 2골은 이 같은 강점에서 비롯됐다. 전반 32분 그로시츠키가 좌측에서 공을 주고받다가 한 차례 접은 뒤 크로스를 올렸다. 공은 정확히 레반도프스키에게 향했다. 우리 수비가 앞뒤로 에워싸고 있었지만 레반도프스키는 정확한 백 헤더로 공의 방향을 바꾸며 선제골을 만들었다. 다수의 수비가 페널티 에어리어 안쪽을 채우고 있었지만 실점을 막지 못했다.
두 번째 실점은 한국의 수비 집중력 부족이 문제였다. 어설픈 침투패스를 차단하지 못하자 곧장 위기로 연결됐다. 공을 받은 그로시츠스키가 한 차례 공을 몰고 간 뒤 정확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막바지 한국이 2골을 몰아치며 동점을 만들었다. 공격수의 재기발랄함이 빛났다. 그러나 추가시간 실점을 허용하며 고개를 숙였다. 피오트르 지엘린스키가 결승골의 주인공이다. 그는 먼 거리에서 간결한 드리블로 수비를 벗겨낸 뒤 감아 차는 슈팅으로 득점을 기록했다.
한국의 수비 집중력 문제는 전술 실패와 궤를 같이 한다. 이날 신 감독은 3-4-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수비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그는 3명의 중앙 수비수를 둬 수비 밀집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오히려 2명의 중앙 수비수에 풀백+윙백을 두던 때보다 불안함이 컸다. 공격진의 1차 압박과 중앙 미드필더의 유기적인 수비 협력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지난해 감독 부임 후 변형 스리백을 썼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월드컵을 앞두고 전술 다변화를 꾀해야 하는 상황에서 다시금 독배를 꺼내들었다. 올림픽과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신 감독은 3, 4백을 넘나드는 복수의 전술 카드 활용을 선호했다.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월드컵까지 1년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휘봉을 잡았다. 다양한 전술 계획을 세우기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수비 조합도 고민이다. 신 감독은 취임 후 김영권에서 장현수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지금껏 거의 모든 A매치에서 장현수를 픽스했다. 이번 A매치 평가전에선 김민재, 홍정호 등을 올렸지만 아직 뚜렷한 시너지를 확인하지 못했다. 이제 실전이라 할 수 있는 건 월드컵 전 평가전 뿐이다. 언제까지고 실험에만 초점을 둘 수 없는 노릇이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