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선 명지대 교수가 한국 축구대표팀의 유럽원정 2연패에 대해 “실험을 할 때가 아니었다”면서 강도 높게 비판했다. 수비불안에 대해선 “특정 선수에게 멍에를 씌우는 비판은 지양해야 한다. 전술상 문제였다”고 평가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성인 남자 축구대표팀은 28일(한국시간) 폴란드 호주프의 실레시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폴란드와의 A매치 평가전에서 2-3으로 패했다. 이로써 신태용호는 3월 유럽 원정전을 2전 2패로 마무리했다.
이날 감독은 3-4-3 포메이션을 꺼냈다. 수비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신 감독은 3명의 중앙 수비수를 둬 수비 밀집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오히려 2명의 중앙 수비수에 풀백+윙백을 두던 때보다 흔들렸다. 공격진의 1차 압박과 중앙 미드필더의 유기적인 수비 협력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실점 후 곧장 김민재를 빼고 포백으로 전환했다.
쿠키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신문선 교수는 “폴란드는 2-0으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선수에게 기회를 줬다. 최고 전력이 아니었다. 냉철하게 우리 상황을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을 1~4단계로 나누면 지금은 마지막 직전인 3단계로 볼 수 있다”며 “1, 2단계에는 실험과 과정이 있을 수 있다. 선수도 새로 뽑고 전술도 다양하게 실험할 수 있다. 그러나 3, 4단계에선 완성해야 한다. 이에 관전 포인트를 두고 이번 평가전을 봐야 하는데 (신 감독은) 실험을 봤다”고 꼬집었다.
신 교수는 이번 평가전을 4가지 요인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봤다. 체력, 기술, 전술, 심리다. 신 교수는 “시즌 중이라 선수들의 체력이 이전 A매치 대비 향상된 인상을 받았다”면서 “기술적인 면은 아쉬움이 많다. 특히 수비쪽은 태클이나 마킹, 도중 차단, 커버, 수비라인 등에서 상당히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전했다.
이어 “1, 2단계와 다른 양상이다. 1, 2단계는 선발에 대한 의욕이 강했다. 3, 4단계에서는 어느 정도 라인업이 확정되어있는 상태다. 그래서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안정적이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이날 가장 문제가 된 건 전술 실패라고 했다. 그는 “신 감독의 스리백은 미드필더가 가담하면 5명이 수비를 해 간격이나 깊이가 촘촘해져야 한다. 숫자상 우위를 점했음에도 쉽게 실점을 했다. 전술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선수들이 맨투맨은 잘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배우는 거다. 그러나 협동은 잘 안 된다. 이 때문에 전통적으로 한국 축구는 수비 문제가 계속 제기됐다”고 전했다.
신 교수는 “수비에게 자꾸 멍에를 씌우는데 현대축구의 기본은 어떤 전술을 쓰든 볼을 뺏기면 11명이 모두 수비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상대편에게 공격권을 내줬을 때 수비수들에게 책임 전가하는 게 심한 편이다. 수비 라인에 공이 오기 전에 1, 2차 저지선을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수비도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고 전술의 완성도가 올라간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평가전에서는 완성했어야 했다. 맨 마킹이 부족하다거나 수비가 못 한다고 하는데 문제는 전술이다. 첫 번째 실점에서 문제는 크로스를 저지하지 못한 거다. 기초적인 문제다. 수세에 있을 때 모든 선수가 협업을 해서 상대의 패스와 크로스에 대한 정확도를 떨어뜨려야 한다”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특정 수비수에 대한 질타가 너무 강하니깐 수비들이 심리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에서 가까운 선수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 상대 공격 상황에서 선수들이 눈치를 보는데, 그러면 최악의 상황이 된다”고 꼬집었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