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2000·2007년 남북정상들 무엇을 먹었나?

[남북정상회담] 2000·2007년 남북정상들 무엇을 먹었나?

기사승인 2018-04-27 19:09:59

1,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대화의 물꼬 터준 음식들이 있다. 정상회담에서 만찬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정치의 연장이다. 주최 측은 만찬에 올리는 음식으로 상대국과 그 수반에 대한 예의와 존중을 표한다.

2000년 6월 13일 평양 순안공항을 통해 북한에 도착한 김대중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차를 타고 백화원 영빈관으로 향했다. 이날 점심으로 김 대통령은 평양온반과 함께 깨즙을 친 닭고기, 옥돌불고기, 생선전, 채소튀김, 청포냉채, 설기떡, 인삼차 등을 대접받았다. 김 대통령이 “담백하고 좋았다”고 평가한 평양온반은 이후 한동안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같은 날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북측은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을 기념하기 위해 직접 이름을 지었다는 메추리 완자탕인 ‘륙륙 날개탕’을 비롯해 칠면조구이와 생선수정묵 등 15가지 음식을 상에 올렸다. 메뉴에는 칠색송어 은지구이(은박지로 싼 송어를 구운 것)와 소고기 굴장즙(화이트소스에 버무린 소고기구이), 젖기름빵(소 젖기름으로 만든 빵) 등 서양식 조리법이 가미된 퓨전 음식들이 포함됐다.

방북 둘째날 오후에 2차 회담을 위해 만난 김 대통령이 “점심으로 옥류관에서 냉면을 먹고 왔다”고 하자 김 위원장은 “아침 회담이 늦어지는 바람에 급하게 준비했는데, 냉면은 급하게 드시면 오히려 맛이 없다. 앞으로 시간 여유 많이 가지시고 천천히 드시라”며 덕담을 했다.

이날 저녁엔 손님인 남측이 궁중요리로 저녁 만찬을 준비했다. 답례 만찬은 유자향 은대구 구이와 사합찜, 신선로, 김치 튀각, 석류탕이 곁들여진 비빔밥 등 궁중요리를 응용해 식탁이 차려졌다.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 때도 첫 날은 북측이 환영 만찬, 둘째 날은 우리측이 답례 만찬을 열었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주최한 환영 만찬에는 대동강의 명물인 숭어를 손질해 쇠고기와 쑥갓, 달걀 등을 넣고 끓인 대동강 숭어국을 비롯해 게사니(거위)구이, 잉어배살찜, 소갈비곰, 꽃게 흰즙구이, 배밤채, 오곡찰떡 등이 나왔다. 만찬주로는 고려 개성 인삼주와 들쭉술, 룡성맥주, 동양술(고량주)가 올라왔고 후식으로는 수박과 성천약밤구이가 제공됐다.

다음날 열린 남측의 답례 만찬은 ‘팔도 대장금 요리’를 주제로 각 지방의 토속 식재료를 이용해 마련됐다. 남북의 화합을 의미하는 전주비빔밥과 토란국, 제주흑돼지 맥적과 누름적, 고창 풍천장어구이, 횡성·평창 너비아니 구이, 충주산 흑임자죽, 완도 전복과 단호박찜, 삼색 매작과, 안동 가을 감국(甘菊)차 등이 상에 올랐다.

식사에 곁들인 만찬주로는 경기 문배주와 청주 대추술, 안동소주, 지리산 솔송주 등 지역 명주들이 다양하게 소개됐다.

이종혜 기자 hey33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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