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인 이현미씨(35)는 요즘 고민이 많다. “아이에게 책 읽는 습관을 들이려고 하는데, 아이가 TV나 스마트폰을 보는 걸 더 좋아한다. 가사를 하다보면, 아이에게 만화 영화를 보여주고 일을 하는 경우가 있다. 어떻게 하면 책을 좋아하게 할지 고민이다.”
비단 이씨뿐만이 아니더라도 자녀의 독서습관을 들이려는 부모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는 건 멀티미디어 시대라는 환경적 변화도 있지만, 부모의 육아 방식이 기존의 그것을 답습하는 데에 기인한다. 이와 관련해 여성가족부(장관 정현백)가 자녀의 독서 습관을 위한 몇 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 눈길을 끈다.
사실 여가부의 책읽기 제안은 ‘작은 육아’ 방식을 따른다. 작은 육아는 공유경제의 확산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이는 소비주의적 육아 관행에서 벗어나, 육아용품 등에서 합리적 소비를 지향하자는 것. 즉, 적게 쓰고 크게 키우자는 문화로써 부모의 양육 부담을 줄이고, 자원을 공유, 나눔을 실천하자는 말이다. 최근 작은 육아를 비롯해 작은 결혼 문화의 확산, 자동차부터 패션에 이르기까지 공유 경제의 사회 전반 확산은 우리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 대답 없는 질문을 하는 것
일단, 여가부는 아이가 책을 직접 고르게 할 것을 추천한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기다리라는 것. 육아 전문가들에 따르면, 책을 고르는 시간은 아이들에게 중요한 결정의 순간이자, 설레는 시간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부모가 그림책을 함께 읽는 시간을 따로 정해 놓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를테면 아이가 자기 전 일정 시간을 정해 아이가 직접 고른 책을 함께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책읽기를 좋아하는 태도가 형성된다는 것. 책을 의무감이 아닌 즐거움으로 격려해주는 분위기를 형성하라는 말이다.
또한 아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책읽기의 목적은 자발적인 즐거움에서 비롯돼야 한다. 훈계나 훈육, 도덕적 가치 주입, 인위적 지식 제공은 가급적 삼가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아이들이 책을 읽다 질문을 하면, 질문과 호기심을 존중하고 아이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라는 것이다.
책의 이야기를 아이의 경험과 연결하는 것도 필요하다. 사실 아이들이 읽는 그림책은 가상의 이야기가 대다수다. 때문에 감각운동기와 전조작기 인지발달 단계의 영아들이 그림책의 내용을 이해한다는 건 퍽 어려운 일. 이 때문에 부모는 책 내용을 읽어주면서 자녀의 경험과 연관 지어 설명해주는 것이 이해에 도움이 된다. 책을 읽기 전 아이와 함께 책의 내용과 관련 활동을 시도하거나 읽은 후 책 내용과 연결되는 경험을 함께 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다음 이야기가 무엇일지 상상해 보는 것도 좋다. 아이들이 읽는 그림책의 묘미는 다음 내용을 예측하기다. 부모는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겠냐며 질문을 던지며 한 페이지씩 천천히 감상하고 기대감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상상한 후에 책을 읽어나가면 훨씬 재밌어 한다. 예측하기 능력은 아이의 이해력과도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집 곳곳에 아이들의 손이 닿기 쉬운 곳에 책을 놓아두는 것도 독서 습관을 기르는데 도움이 된다. 쇼파 옆, 욕실, 자동차 안 등 어디든 책을 비치해두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책과 글자에 관심을 갖고 책읽기 습관을 유도할 수 있다.
천천히 읽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더러 부모의 패턴에 따라 글을 다 읽으면, 페이지를 넘겨버리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아이들이 주로 읽는 그림책의 장점은 글과 그림이 함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아이가 그림을 충분히 보고 세세한 부분까지 읽어낼 수 있도록 부모가 천천히 페이지를 넘겨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책을 다 읽고 난 후 아이에게 질문을 할 때는 정답이 없는 질문을 해야 한다. 아이가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개방적이고 인지적으로 높은 수준의 질문을 던지는 게 중요하다. 이와 함께 열린 결말로 마무리 짓는 책은 뒷이야기를 아이와 함께 완성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