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 묶어 투자받고, 부진점포 매각하고…유통업 판도 바뀐다

점포 묶어 투자받고, 부진점포 매각하고…유통업 판도 바뀐다

홈플러스·이랜드 리츠 설립 타진…롯데·이마트 등도 매장 매각 나서

기사승인 2018-05-04 05:00:00


유통업체들이 매출이 부진한 점포를 팔거나 일부 매장을 묶어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방식으로 자산 유동화를 꾀하고 있다. 오프라인 점포의 수익성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수익 나는 매장에 집중하고 현금도 마련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가 소유하고 있는 홈플러스는 매장 80여곳 중 40여곳을 자산으로 하는 리츠(REITs, 부동산투자회사) 설립을 준비 중이다. 다음달 초 리츠가 설립되면 11월께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홈플러스는 매장들을 이 리츠에 넘기고, 홈플러스는 리츠의 임차인이 돼 리츠에 임대료를 내게 된다. 리츠는 홈플러스로부터 받은 임대료를 배당금으로 나눠 주는 형태다. 

홈플러스는 매장을 지속적으로 활용하면서도 상장 자금을 차입금 상환 등에 사용할 수 있어 장점이다. 만약 홈플러스가 철수하게 되면 다른 임차인으로부터 임대료를 받거나 해당 자산을 매각해 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이처럼 유통업계가 매장을 지속 활용하면서도 외부 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는 리츠 상품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랜드리테일도 NC백화점 분당야탑점, 뉴코아 일산·평촌점을 묶은 상장형 리츠 상품을 내놓고 오는 6월 상장을 추진 중이다. 원래 이들 매장은 이랜드리테일이 최대주주인 사모펀드가 갖고 있었다가 공모 형태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한국 시장에 리츠가 그리 활발하지 않았다가 최근 들어 주목받는 추세인 것 같다"며 "기존에는 이랜드리테일 사모펀드가 지분 99%를 갖고 있었지만 공모로 전환해 상장을 하면 75%로 비중이 낮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공모 리츠 상품이 붐으로 떠오른 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일차적으로 리츠에 점포를 넘기고 지분을 가지는 방식으로 수익금을 얻을 수 있다.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부동산을 손쉽게 처리하고 사업 정리 시에도 조금 더 쉽게 철수할 수 있는 유인을 갖게 되는 셈이다.

유통업계에서는 또 최근 자산을 유동화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매출이 부진한 안양점과 영플라자 청주점을 매각할 계획을 세웠다. 또 공정위 매각 명령이 내려진 부평점, 인천점 등도 매각키로 했다. 

인천점과 부평점은 인천종합터미널 부지를 매입한 롯데가 공정위로부터 권고받아 팔아야 하지만 한 번 유찰된 후 아직까지 인수 대상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롯데마트도 지난 2014년 항동점을 아울렛으로 전환했고, 김포한강신도시점을 오픈하면서 기존의 매출부진 점포였던 김포점 문을 닫았다. 

이마트는 지난해 부진 점포인 학성점, 부평점, 시지점과 새로운 점포를 구상했던 하남·평택 부지를 매각했다. 지난달에는 고양 일산 덕이점도 추가 매각했다.

홈플러스도 MBK파트너스로 주인이 바뀐 이후 효율화 정책을 시행해 2016년 가좌점, 김포점, 김해점, 동대문점, 북수원점 5개 점포를 유경PSG자산운용에 팔았고, 지난해 강서점을 세일앤리스백 방식으로 JR자산운용에 매각했다. 올해 말에는 경기 부천 중동점을 매각할 예정이다. 

온라인 시장에 비해 오프라인 점포가 경쟁력을 잃고, 예전처럼 다수 점포를 소유한 채로 운영하는 유인이 떨어지며 유통업계가 내놓은 고육지책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의 업황이 예전같지 않으면서 자산을 매각하거나 유동화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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