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이마트서 사람처럼 움직이고 말하는 로봇 '페퍼' 만나보니

[르포] 이마트서 사람처럼 움직이고 말하는 로봇 '페퍼' 만나보니

다양한 음성안내 가능해…고정되어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아쉬워

기사승인 2018-05-10 05:00:00


"어서오세요. 안내가 필요하신가요? 저에게 물어 주세요."

9일 오후 이마트 성수점. 매장 입구 앞에서 성인 허리 높이쯤 오는 귀여운 얼굴의 로봇이 말을 걸어 왔다. 이마트는 소프트뱅크에서 사들인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pepper)'를 이날부터 20일 동안 시연하기로 했다. 앞서 스타필드 고양에서 '페퍼'의 아기 버전인 '노우'를 선보인 데 이은 두 번째지만 이마트에서 페퍼 자체를 선보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15년 소프트뱅크가 개발한 페퍼는 국내에서는 우리은행과 롯데백화점, 교보문고 등이 도입한 바 있다. 페퍼는 1.2m의 키에 인간의 얼굴을 하고 눈을 통해 사람의 얼굴과 감정을 인식하며 손을 사용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실제로 말을 하면서 팔을 올렸다 내렸다 하고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사람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다만 다리가 움직이지 않고 고정되어 있는 점은 아쉬운 점이었다. 


이 페퍼에는 구글 다이얼로그 플로우 솔루션이 적용됐고, 음성 안내는 아마존 폴리의 음성합성 기능을 통해 구현됐다. 이마트의 S랩은 태블릿에 탑재된 소프트웨어 개발을 맡았다. 페퍼가 안고 있는 태블릿을 터치하면 매장안내와 할인행사 소개, 제휴카드 소개, 자주 묻는 질문 등에 음성과 태블릿 메시지로 반응하도록 되어 있었다. 

페퍼가 안고 있는 태블릿의 할인행사 소개를 누르자 페퍼는 얼굴을 돌려 고객과 눈을 맞추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스테이크 할인 행사 등에 대해 음성 안내를 해주었다. 제휴카드 카테고리를 누르면 현재 어떤 카드와 제휴가 진행되는지 말로 설명해 주었다. 자주 묻는 질문을 누르면 휴점일과 매장 안내 등을 도와줬다. 

음성으로도 인식이 가능했다. '휴점일이 언제야'라는 질문에 페퍼는 언제 쉬는 날인지를 응답했다. 다만 매장이 시끄러운 경우에는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전단' '행사' '카드' '휴일' 등 단답식으로 하면 잘 알아들었다. 

페퍼 주위를 지나가는 고객들도 페퍼를 보며 신기해하는 등 페퍼의 존재만으로도 화제거리가 되었다. 아이들은 페퍼에게 말을 걸거나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하고, 40대~50대 중장년층도 페퍼를 보며 신기한 눈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페퍼가 가진 기능 중 가장 재미있고 유익했던 기능은 맥주 라벨 인식 기능이다. 이마트 측은 고객에게 설명이 필요한 카테고리를 맥주와 와인 등으로 파악하고 이번에 수입 맥주 라벨 인식 기능을 탑재했다. 페퍼의 머리 가운데에 있는 카메라 렌즈에 맥주라벨을 인식시키자 음성으로 어떤 맥주인지 설명해 주고 태블릿으로도 맥주 이름과 맛의 정도가 표시됐다. 

특히 맛의 정도와 가격대가 비슷한 맥주를 추천해 주는 기능이 유용했다. 또 해당 맥주와 곁들이면 좋은 오징어, 육포 동의 안주도 추천해줬다. 상품 아래의 매장 안내를 누르면 해당 안주가 어디 있는지 동선을 태블릿에 나타내 설명해 주기도 했다. 


이외에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기능으로 하이파이브와 나이 인식 기능도 있었다. 나이 인식 기능은 생각보다 떨어졌다. 30대인 기자에게 16세, 10대인 아이에게 40대라고 말하는 식이었다. 하이파이브 포즈를 유지해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 주는 센스도 있었다.

다만 한 번 충전하면 발열 등 때문에 약 6시간밖에 버티지 못하는 데다 움직이지 못하고 고정되어 있어 실제 활동성은 떨어졌다. 또 매장 안내 등 단편적인 정보 전달에 그치고 있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이마트 측도 현재 상태로는 상용화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대와 공동연구를 통해 자율주행 기능을 도입하는 MOU를 체결한 상태다. 

이마트 관계자는 "아직 상용화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4차 산업혁명의 트렌드를 소개하며 매장 시범 운영에 나선 것"이라며 "앞으로 수입맥주뿐 아니라 와인으로 안내 범주를 넓히고, 자율주행 기능까지 도입해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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