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력자 실손보험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7개 보험사(현대해상, 한화손보, 흥국화재, 삼성화재, 메리츠화재, KB손보, DB손보)와 달리 삼성생명과 NH농협생명 등 판매 시기를 미루고 있어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일 판매를 개시한 유병력자 실손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7개 보험사의 판매 건수를 집계한 결과, 지난달 말 기준 총 4만9385건을 기록했다. 최근 정책성 실손보험인 노후 실손보험의 한달 판매 건수(1626건)과 비교하면 흥행 돌풍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에는 병력 관련 5개 사항, 임신·장애 여부, 위험한 취미 유무, 음주·흡연 여부, 직업, 운전 여부, 월소득 등 총 18개 사항을 심사했다. 특히 최근 5년간의 치료 이력 및 중대질병(암, 백혈병, 고혈압, 협심증, 심근경색, 뇌출혈·뇌경색, 당뇨병 등 10개 질병) 발병이력을 심사해 수술·투약 등 진료기록이 있는 경우 사실상 가입이 불가능했다.
또 투약 여부가 가입 심사항목에 포함돼 간단한 투약만 하고 있는 경증 만성질환자의 경우에도 사실상 가입이 안됐다.
하지만 유병자 실손은 심사항목을 18개에서 6개로 축소하고 2년간 치료이력(투약 여부 제외)만 심사해 가입 절차를 대폭 완화하면서 실수요자들의 호응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이 있어도 최근 2년간 약 복용만 했을 뿐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았다면 실손에 가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고혈압 등 약을 복용 중인 경증 만성질환자가 유병력자 실손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유병력자 실손보험의 자기 부담률은 30%로 착한 실손의료보험 기본형과 동일하다. 다만 투약은 제외된다.
유병자 실손보험은 경험통계가 없어 손해율 추정이 어려운 이유로 보험사들은 상품출시에 난색을 표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가 실손의료보험의 보장 사각지대 해소하자는 취지로 보험사에 요구해 출시했다.
그러나 정부의 주문에도 생보사들은 유병력자 실손보험의 출시를 미뤄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이에 대해 해당 기업들은 특별한 의도가 없으며 출시 시점을 조율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손해율 관리의 어려움이 늑장 출시의 이유라고 본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고객 편의나 니즈를 반영해 유병력자실손보험을 출시하게 됐다”며 “가입 설계서 등 시스템 고도화를 진행하고 있으며 6월 말 혹은 7월 초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상품개발 중에 있다”며 “무슨 의도를 갖고 일부러 늦게 출시하는 것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팔면 팔수록 손해율 관리가 더욱 어려운 것이 생보사의 출시 지연 이유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정책성 보험으로 금융당국의 요구로 상품을 출시하게 됐다”며 “생보사는 손보사들의 추이를 지켜보고 출시 시점을 조율하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진수 기자 rokmc43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