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패션업계 노조, "갑질 그만…할 말은 한다"

뷰티·패션업계 노조, "갑질 그만…할 말은 한다"

간부 언어폭력 비판, 임금인상 요구 등 목소리 커져

기사승인 2018-05-11 05:00:00


뷰티·패션업계 노조가 뿔났다. 사내 간부의 언어폭력이나 임금 인상 문제를 제기하며 집단행동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제조업 노조에서 주로 이 같은 움직임이 보였지만 최근에는 서비스산업에서도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0일 한국노총 산하 로레알코리아 제2노동조합인 엘오케이(LOK) 노동조합은 한 간부급 인사가 여러 직원에게 수차례 언어폭력을 저질렀다고 폭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 간부급 인사는 직원들에게 '개x같은', '발가락 때만도 못한 인간'이라는 욕설을 퍼부었다.

또 이 간부는 육아 휴직을 쓴 직원에게 괘씸죄를 들어 2개월 이상 대기발령 상태로 두는 등 보복성 인사 불이익을 줬다고 노조는 지적했다. 

이 간부의 행태에도 로레알코리아는 그에게 감봉 6개월의 징계를 내리는 데 그쳤다. 노조는 로레알이 아직도 이 간부를 업무에서 배제하지 않은 채 노조 조합원을 공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노조의 요구는 그동안 화장품 분야에서 '갑질'이 만연하고 있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이니스프리와 어퓨, 더샘 등에서는 익명 커뮤니티앱 블라인드 등을 통한 피해자의 폭로로 성희롱을 일삼은 팀장·본부장급 직원에 대한 비판이 올라오며 해당 직원이 징계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갑질'을 못 참는 게 시대정신이 되고 있다"라며 "그동안에는 뭉치기 힘들었던 서비스업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샤넬노동조합은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과 함께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쟁의행위에 돌입했다가 한 달만에 극적으로 합의하기도 했다.  

샤넬 노조는 샤넬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원가 상승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평균 2.4% 인상했지만 노동자에게는 아무 혜택이 돌아가고 있지 않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사측과 0.3%포인트의 임금인상률 격차를 두고 의견 차이를 보이며 결렬되기도 했다. 

이에 샤넬 노조는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과 임금 인상을 위해 부분파업 등을 벌여 왔다. 이들은 직원 중 70%는 초저임금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기본급을 받고 있었으며 1인 출근-마감 체제, 오버타임 근무 등의 과중한 업무를 호소했다. 

그런데도 샤넬 사측은 노조원들을 만나 노조 탈퇴를 회유하고 개별적인 임금협상을 진행하는 등의 부당노동행위로 노조에 의해 노동청에 고발 조치되기도 했다. 

노조는 "가장 쟁점이 됐던 노사 임금 요구안 간 0.3%의 격차를 사측이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임금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고용노동부 고발도 취하하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제화노동자들도 처우 개선을 들어 집단행동에 들어갈 기세다. 민주노총 일반노조 제화지부는 오는 11일 오후 6시반 성수역 앞에서 제화노동자 결의대회를 열기로 했다.

민주노총 제화지부는 "턱없이 낮은 공임에 4대보험도 안 되고, 퇴직금도 없는 소사장제는 제화노동자 전체의 문제"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앞서 국내 수제화 1위 업체인 탠디의 구두를 만들어 온 제화공 등른 8년째 동결 중인 공임비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신발 한 켤레당 고정된 7000원의 공임을 9000원으로 올려달라는 요구다. 

특히 이들은 탠디의 직접고용 체제에서 하청업체 특수 고용노동자 신분으로 바뀌며 4대보험의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일과 8일 두 차례 협상이 진행됐지만 서로 간 입장차로 모두 결렬되면서 갈등의 골은 좁혀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묵묵히 참아온 서비스업종에서도 노동자의 권리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사회 전반적으로 합리적이고 공정한 사회에 대한 열망이 분출하며 노조의 적극적인 행동으로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구현화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