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롯데월드타워 수직마라톤 현장 가보니…'세계인의 축제'

[르포] 롯데월드타워 수직마라톤 현장 가보니…'세계인의 축제'

기사승인 2018-05-14 15:53:58

13일 이른 아침, 날씨는 흐렸지만 비가 멎어서 미세먼지가 말끔히 걷혀 공기가 신선한 날이었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앞에는 '2018 스카이런(sky run)이라고 적힌 흰 티셔츠를 입은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오자마자 반드시 들러야 하는 참가자 등록 부스가 붐볐다. 스타트라인 앞에 서 있는 긴장한 선수들과 함께 스타트라인 앞에서 선수들의 출발을 기다리는 이들도 많았다.

노란 머리나 갈색 머리를 한 외국인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 또 단체 단위 팀들 등이 준비 운동에 한창이었다. 한켠에는 결의를 다지며 무릎과 아킬레스건에 테이핑을 하는 선수들의 모습도 보였다. 

이외에도 엔제리너스 커피와 롯데칠성음료, 롯데홀리데이 등이 기념품 증정을 하며 축제의 분위기도 돋구었다. 단순한 국내 대회가 아니라 세계에서 참여하는, '세계인의 축제' 다운 모습이었다. 


이번 롯데월드타워 수직마라톤은 지난해 시범 주최에 이어 올해 첫 공식 주최였다. 여기에 전세계 고층빌딩에서 이루어지는 9개 국제수직마라톤협회(VWC) 공식 대회 중 처음으로 열리는 경기여서 관심이 집중됐다. 1층 아레나 광장에서 123층까지 세계 최대 높이인 555m, 2917개 계단을 뛰어오르는 경기로 고도의 체력과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경기다. 

엘리트부문 경기가 아깝게 먼저 시작했다는 소식에 홍보팀 직원의 도움을 받아 하늘과 맞닿은 것처럼 보이는 123층으로 올라갔다. 남녀 8명씩 16명 엘리트 선수들의 골인 지점을 보기 위해서였다. 123층은 이미 스태프와 취재진들이 가득 차 있었다. 첫 선수가 누가 될지를 기대하며 기대감에 차 있었다. 

갑자기 와-하는 함성이 들렸다. 첫 완주자가 등장한 것이다. 동시에 진한 땀냄새가 함께 훅 끼쳤다. 폴란드의 표트르 로보드진스키(34)가 1위로 들어온 것이다. 벽안의 백인인 그는 올라오자마자 가쁜 숨을 들이쉬며 바닥에 그대로 널부러지면서도 '1위'라는 자부심에 손을 치켜올렸다.

그의 기록은 15분 53초 56. 무려 123층을 15분만에 주파한 것이다. 그의 도착에 환성이 쏟아지며 축하의 말들과 박수가 이어졌다. 지난해에도 수직마라톤에 참가했던 그는 작년 대회에서는 2위를 거뒀지만, 올해는 1위의 왕좌를 거머쥐었다. 

이어 올라온 선수는 호주의 마크 보우른(36) 선수로 지난대회 1위였지만 이번에는 아쉽게 2위에 그쳤다. 기진맥진한 그는 바닥에 그대로 엎어졌고, 조금 숨을 고르고 나서야 1위와 손을 마주잡고 인사하며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기자가 포토타임에 이어 청한 인터뷰에서 1위 주자인 로보드진스키에게 소감을 물어보니 "매우 기쁘다"면서도 "1위 성적에 만족하지만 지난해에 비해 성적이 좋지 않아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로보드진스키는 VWC소속의 전업 선수다. 그에게 1위를 할 수 있었던 특별한 비결을 물어보니 "직업이기 때문에 평소에 트레이닝을 많이 하고, 주 100km 이상 뛰는 것이 비결인 것 같다"는 평범하면서도 어려운 소감을 전해왔다. 

조금 후에 여성 엘리트 선수 중 1위도 들어왔다. 작년 대회에서 1위를 한 바 있는 수지 월샴이 올해도 1위의 주인공이었다. 그녀는 끝까지 페이스 조절을 하며 들어온 뒤에도 차분한 모습을 보이며 페이스 조절에 완벽하게 성공한 모습이었다. 

놀랍게도 월샴 선수는 엘리트 선수로 참가했지만 VWC소속 전업 선수는 아니었다. 기자가 청한 인터뷰에서 월샴 선수는 "아이들의 엄마이자 회계사로 일하고 있는데, 시간을 내어 일주일에 7~9번 트레이닝을 하고 특히 계단 오르기 연습을 많이 했다"고 말했ㄷ. 

그녀는 최초 20층 정도가 마의 구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녀는 "조금 더 빨리 달리면 체력이 저하되고, 너무 느리게 달리면 기록이 안 나오기 때문에 페이스 조절에 신경 썼다"며 "그래도 작년보다 올해 기록이 짧아져서 기쁘다"고 밝게 말했다. 

여성 엘리트 선수 중에서는 아디다스 러닝 소속 김지은(36, 서울 강동구)씨가 2위를 해 '깜짝'기록을 냈다. 심지어 김씨는 담담한 모습을 보여 다음 기록을 더 기대하게 했다. 김씨는 "이번이 첫 출전인데 그리 힘들지 않았다"며 "평소 계단 오르기 연습을 많이 한 것이 기록의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경쟁부문에 참가한 엘리트 선수들은 3등까지 남녀 6인에게 1000만원(1만달러)의 상금과 트로피가 증정됐고 일반 개인 참가자들 중 경쟁부문 1등에게는 롯데백화점 상품권 123만원, 2등은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호텔 스테이 식사권, 3등에게는 2XU 운동복 상품권과 트로피가 수여됐다. 

엘리트 선수들이 땀에 젖어 들어온 뒤에는 소방관 풀 착장을 한 이가 뛰어들어와 더 큰 환호성을 받았다. 서울 119 특수구조단 소속이라는 김민수씨는 장비가 무겁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평소에도 이렇게 완전무장을 하고 뛰는 거라 괜찮다"며 씨익 웃었다. 

그는 "평소에도 계단 오르내리기를 꾸준히 연습했다"며 "전국에 있는 소방관 여러분이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건강하고 밝은 소감을 밝혔다.

이날 단체 팀으로는 김씨와 같은 119 소방대원들과 롯데월드타워 대테러대응단, 송파구청 등 다양한 팀들이 참여했다. 이들이 올라올 때마다 123층은 환호성과 격려의 박수로 가득찼다. 모두가 땀의 결실을 응원하고 하나 되는 순간이었다. 

일반 개인참가자 중에서도 기록 1등의 영예는 외국인에게 돌아갔다. 매튜 베이커 씨가 17분 26초 60의 매우 빠른 기록으로 들어왔다. 발렌틴 카자노프 씨가 17분 53초 23, 한국인 김수용씨가 19분 7초 50으로 3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외국인들의 참여가 활발했으며, 국내 참여자들도 유수의 마라톤 대회를 석권한 이들이 참여해 수직마라톤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올해 치러진 공식 대회에 관심이 많이 모여 성황리에 종료됐다"며 "참가비 중 대회운영비를 제외한 전액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을 통해 스포츠어린이 인재 육성에 지원돼 더 뜻깊다"고 설명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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