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기자의 건강톡톡] ‘질염’은 성병이 아닙니다…원인과 증상은?

[쿡기자의 건강톡톡] ‘질염’은 성병이 아닙니다…원인과 증상은?

콘돔 사용 시 건강한 ‘질’ 산도 유지할 수 있어

기사승인 2018-05-17 00:09:00

‘질염’은 여성에게 흔하게 나타날 수 있는 질환입니다. 특히 요즘과 같이 덥고 습한 날씨는 세균이 살기 좋은 환경이어서 발병 위험이 올라가게 됩니다. 우리나라 여성 10명 중 7명이 겪는다고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질염을 부끄러워하고, 성병으로 오인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질염과 성병은 동일어가 아닙니다. 이사라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에 따르면 질염은 말 그대로 질에 염증이 생긴 것입니다. 성병은 성 매개성 감염에 의해 질환으로 이환되는 경우입니다. 질염에는 대표적으로 세균성질염, 곰팡이성 외음부질염, 트리코모나스 질염이 있는데, 트리코모나스 질염을 제외하고는 성관계와 전혀 상관없이 수면부족이나 피로 등으로 인해 면역이 저하됐을 때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세균성 질염은 질내 균의 균형이 맞지 않아서 생기는 것인데요. 장에 유산균이라는 좋은 균이 있으면서 장을 튼튼하게 해주는 것처럼 질에는 유산간균이라는 것이 있어서 비슷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 유산간균은 질내의 산도(pH) 4.5의 약산성 상태에서 잘 살고 질건강을 유지해 주는데, 이 유산간균이 잘 못사는 경우, 즉 혐기성 세균인 마이코플라즈마, 유레아플라즈마 등의 균들이 증식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유산간균이 적어지는 상태가 되면서 균형이 깨져 세균성질염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사라 교수는 “악취를 동반하는 회색이나 연초록색 등의 탁한 분비물이 증가해 여러 번 속옷을 갈아입거나 팬티라이너 등을 할 정도면 세균성질염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세균성 질염 자체가 큰 문제라기보다는 HIV를 비롯해 클라미디아, 임질균 등의 성병 감염에 취약한 상태가 된다”며 “또 재발이 될 수 있고, 특히 임신 중 예후에도 좋지 않기 때문에 잘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곰팡이성 외음부 질염은 대부분 ‘캔디다 알비칸스’라는 흔한 곰팡이 균주에 의해 생깁니다. 외음부 질이 매우 따갑거나 가렵고, 빨갛게 붓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하면 배뇨통이 올 수 있습니다. 또한 하얀색 혹은 연노란색의 휴짓조각이 뭉친 것 같은 분비물이 많아지는데요. 이 교수는 “쉽게 말해 아기가 기저귀 발진이 생겨서 빨갛게 아파하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그것도 곰팡이로 인한 것이다”라며 “곰팡이는 습할 때 잘 생기기 때문에 꽉 끼는 합성섬유 제품 속옷을 입는 것을 피하고 통풍이 잘되게 하는 것이 좋다. 또 면역력이 낮아지면 재발할 수 있기 때문에 건강관리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곰팡이성 외음부 질염은 항진균제 질정이나 크림을 국소 부위에 사용하고 항진균제를 용법에 맞게 복용하면 대개 잘 낫습니다. 그러나 세균성 질염과 동시에 같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에 같이 치료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통은 한 번 질정제과 경구약을 처방하기도 하며, 재발이 잦고 염증이 심하면 ‘333 요법’을 시행합니다. ‘333 요법’이란 질정제와 경구약을 삼일에 한 번씩 세 번 투여하는 요법을 말합니다.

‘트리코모나스’라는 원충류에 의해 발생하는 트리코모나스 질염은 성 매개성 감염에 의한 질염입니다. 이 경우는 거품이 나는 연노란색 묽은 분비물이 매우 양이 많아지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악취를 동반하거나 가려운 증상이 유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 질염은 전염력이 매우 강해서 증상이 경미한 상태에서도 성파트너에게 감염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따라서 트리코모나스 균이 나온 경우 반드시 성파트너도 같이 치료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다시 재감염된다는 것이 이사라 교수의 설명입니다. 

한편 폐경 등으로 여성호르몬이 매우 적어지는 경우에도 ‘위축성 질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딱히 균으로 인한 감염증은 아니지만, 폐경 후 분비물이 없다가 갑자기 분비물이 생기면서 살짝 간지러운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에스트로겐이 함유된 질정이나 크림을 사용하면 호전됩니다.

이사라 교수는 “질염의 분비물과 생리 전 나오는 냉은 전혀 다르다. 정상적인 분비물은 양이 많아도 맑은 코처럼 끈적이는 특징이 있지만, 질염은 가려움과 악취가 동반된다”며 “일주일 정도면 치료가 되는데, 그냥 지나친다면 추후에 골반염이나 자궁내막염으로 진행될 수 있고, 난임까지 일으킬 수 있다”고 치료의 중요성을 언급했습니다.

이어 “콘돔은 피임뿐만 아니라 질염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앞서 말했듯 질은 약산성 상태가 건강한 상태인데 정액은 알칼리성으로, 질내 산성을 중화시킨다”며 “또 성매개 질염, 성병 감염 위험을 95% 이상 막아준다”고 콘돔 사용을 권장했습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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