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명예교수가 “안전불감증에 의한 재난안전사고가 지속되는 원인은 ‘잘못을 해도 책임지지 않는 사회’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24일 서울 영등포구 CCMM 빌딩에서 열린 2018 미래안전·건강 포럼에서 ‘안전불감증이 재난으로 이어진다’는 내용으로 주제발표에 나선 정 교수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도록 헌법에 명시돼있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1996년 발생했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의 책임자는 실형 7년 6개월로 마무리됐다”면서 “세월호 참사나 옥시 가습기살균제 문제, 이천 냉동창고 화재 사건 등에서도 알 수 있듯 사회 전반에 안전사고를 책임지지 않는 문화가 만연해 국민의 안전불감증의식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특히 산업재해의 경우 90%가 안전불감증이며 이는 10년 전과 비교하더라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재난의 원인에 대해 크게 규제 실효성 저하와 안전의식 미흡, 산재예방산업의 문제 등을 꼽았다. 정 교수에 따르면 유럽 일부국가의 경우 교통범칙금을 소득에 비례해서 부과하는 ‘일수벌금제’를 적용하고 있다. 덴마크의 경우 음주운전 적발시 최대 1달 소득을, 스웨덴의 경우 최소 40일의 소득을 벌금을 내야한다. 핀란드 노키아 부회장의 경우 25㎞/h 과속운전이 적발돼 1억4000만원가량의 벌금이 부과되기도 했다.
정 교수는 “불법주정차와 비상구 폐쇄, 물건적치 등 우리 생활 속에 뿌리깊이 자리잡고 있는 안전 무시 관행을 해결하기 위해 행정안전부 주관의 안전보안관이 활동에 나서고 있지만 국민이 피부로 느끼고 스스로 동참하는 경우가 적어 각종 사고 예방에 크게 기여하고 있지는 못하다”고 우려했다.
산업예방사업비 사용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정 교수는 “산업안전사고의 경우 90%가 인재(人災)임에도 전체 예산인 약 3000억원의 84%를 안전보건설비개선 등 물적요인 위험 감소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안전불감증과 관련이 높은 ‘인적원인감소’와 관련된 50인미만 영세사업자의 안저보건기술지도 등의 사업비는 10% 수준에 불과해 이에 대한 개선 보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난안전사고감소 방안에 대해서는 ‘책임지는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법인과실치사법 개정’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폐지’, ‘일수벌금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국에서 2007년 제정된 ‘기업 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은 기업이나 정부 기관 등을 포함하는 경우 업무와관련된 모든 노동자와 공중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강한 책임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 교수는 또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교통사고 피해의 신속한 회복과 국민생활 편익 증진을 위해 마련됐으나 엄밀히 따지자면 가해자의 책임을 현저히 축소시키는 지구 유일의 가해자 보호법”이라면서 “교특법을 폐지하고 일본의 ‘교통사건즉결재판수속법’ 등 선진국의 운영방법을 도입 추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럽 일부 국가에서 시행중인 일수벌금제 제도를 국내에 도입함으로써 규제의 합리성을 확보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쿠키뉴스가 주최하고 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국민일보가 후원한 이날 행사에는 국회 재난안전대책특별위원회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석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