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기금 공단이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하고 있다. 여타 기금과 비교해 높은 부채액과 사업 수익 악화로 GDP의 약 절반 가까운 빚을 지고 있다. 재정운영도 개선되지 않고 있어 딜레마에 빠지고 있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공무원연금공단 전체 부채액은 700조(지난해 기준, 724조8988억원)가 넘는다. 이 가운데 연금충당부채는 675조3239억원에 달한다. 전년(600조5091억원) 대비 12.45% 증가한 것이다. 국가 전체 부채에 43.54%에 달하는 비중이다.
연금충당부채란 은퇴했거나 재직 중인 공무원의 연금 지급에 필요한 부담액을 의미한다. 결국 공무원들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이 천문학적으로 쌓여가고 있는 셈이다. 만약 연금 조성액이 지급액에 비해 부족할 경우 이는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공무원연금기금에 대한 재정운영 부담도 늘어나고 있다. 공공기관 공시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공무원연금기금의 재정운영결과는 24조3883억원 손실을 내고 있다. 재정운영결과가 손실이라는 것은 걷어 들인 것 보다 비용이 많았다는 의미다. 유의할 점은 재정운영결과의 경우 비용에서 수익을 차감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어 수치 상 마이너스(-)면 순이익을 냈다는 것을 뜻한다.
이와 관련해 공무원연금기금 관계자는 “재정운영결과 손실이 발생했다고 바로 국가재정 운영을 잘못했다는 평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국가의 경우 재정 운영표상 이익이 발생했다고 하면 충분한 공공서비스 제공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늘어나는 연금충당부채에도 공무원연금 관련 사업 비중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난해 공무원연금 주요사업 비용은 16조3633억원으로 전년(15조4114억원) 대비 약 9000억원 늘어났다.
공무원연금을 통제 관리해야 할 상임기관장의 모럴헤저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상임기관장의 연봉은 1억8356만원으로 전년(1억7909만원) 대비 400만원 가까이 늘어났다. 임원들의 복리후생비도 지난해 489만1000원으로 전년(390만1000원) 보다 25.37% 증가했다.
그나마 기금의 운용수익률은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7회계연도 기금 자산운용평가'에 따르면 공무원연금기금의 지난해 운용 수익률은 7.05%에 달했다.
한편 공무원연금에 대한 개혁의 목소리는 꾸준히 나오고 있으나 공무원들의 거센 반발로 인해 늘 좌초돼 왔다. 지난 2015년 정부가 공무원연금에 대한 메스를 대려고 했으나 공무원노조를 비롯한 안팎의 반발로 결국 손을 보지 못하고 무산됐다. 일각에서는 공무원연금 개혁이 공무원에 의한 ‘셀프 개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이는 ‘고양이에 생선 맡기는 격’으로 오히려 국민연금에 부담을 주곤 했다.
지난 2009년 추진된 공무원연금 개혁방안도 실제로 '개혁'이라 말하기 민망한 것이었다. 당시 정부는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연금의 비율)을 43%나 삭감했지만 공무원연금은 25%만 삭감했다. 또 공무원연금 수령 연령도 2010년 이후 새로 가입하는 공무원만 65세로 늦춰 후세대에 전가시키는 '꼼수'를 부렸던 것이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