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일대 집창촌, 속칭 ‘미아리텍사스’가 당분간 영업을 계속할 전망이다. 지난해 5월 미아리텍사스를 포함한 신월곡1구역은 도시정비구역으로 선정돼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집창촌 포주가 포함된 해당 지역 재개발조합은 몇 차례 정족수 미달로 사업시행인가 신청을 위한 총회를 열지 못하고 있다. 계속되는 사업시행인가 불발의 원인은 재산권을 둘러싼 지역 조합원 내부의 세력 다툼으로 풀이된다. 이에 재개발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상승하던 땅값은 주춤한 상황이다.
“소돔의 형벌을 받을 곳”
최근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지방선거 한 후보는 문자메시지와 SNS를 통해 미아리 텍사스를 이같이 지칭했다. 또 다른 후보자는 미아리텍사스 완전 철거를 위해 전담팀 상설 운영, 민관합동대책회의 상설화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미아리텍사스는 이처럼 지역 내 해결해야만 하는 큰 골칫거리다.
하지만 미아리텍사스의 성매매 생태계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벌써 몇 차례 사업시행인가 신청을 위한 총회를 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월곡1구역 조합은 지난달 총회 개최 정족수에서 7명을 채우지 못해 무산됐다. 벌써 두 번째 불발이다. 다음 달 다시 총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업시행인가는 도시환경정비사업의 계획을 정식으로 승인받는 절차다. 총회에서 사업시행인가 신청 결정을 하지 않으면 주요 후속 논의를 진행할 수 없다.
앞서 신월곡1구역은 지난 2009년 하월곡동 일대 5만5112㎡ 면적의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성북구청에 따르면 신월곡1구역 재개발은 서울시 최초로 성북2구역과 용적률을 주고받는 별도 조합형 결합정비사업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시공사는 롯데건설과 한화건설이다.
성북구청 관계자는 “재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조합 내부의 세력 다툼”이라며 “조합 내부에서 다툼이 발생하니까 결합정비사업으로 진행 예정이었던 신월곡1구역과 성북2구역 사이 관계도 자연스럽게 악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 영업으로 인한 지역 주민들의 안전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현행법상 조합원들의 재산과 관련된 지역 개발을 강제로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구청 측에서 안전 등과 관련된 민원을 바탕으로 시민단체 등과 만나 예방 차원에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개발 사업 지연에 시공사도 답답한 건 마찬가지다. 특히 미아리텍사스에 앞서 청양리 집창촌 개발에 성공한 롯데건설은 더이상 개발이 지체되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청량리 일대 재개발도 10여 년이 걸린 사업인 만큼 통상적으로 이런 사업은 굉장히 시간이 많아 걸린다”며 “무엇보다도 해당 지역 조합원 측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재개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해당 지역 지방자치단체와 시공사(건설사) 등이 한 목소리로 재개발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꿈쩍도 않고 있다. 집창촌 포주가 포함된 조합원들은 개발을 하지 않아도 손해 볼게 없기 때문이다. 기존처럼 불법적인 성매매 영업을 계속하면 그만이다.
이에 따른 피해는 성매매 여성과 지역주민이 감내해야 하는 구조다. 이들은 수십년간 이어진 집창촌 영업으로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마저 박탈당했다. 또한 열악한 치안 및 교육·보육 환경 등에 따른 재산상 불이익도 주민들이 몫으로 돌아갔다.
그나마 신월곡1구역 일대 도시정비사업 개대감에 상승하던 땅값마저도 재개발 사업 난황에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신월곡1구역 일대 지가변동률은 2018년 4월 기준 0.38%로 2017년 동월(0.341%) 대비 상승폭이 미약한 수준이다. 신흥주거지역으로 탈바꿈할 것이란 기대감에 2016년 동월(0.013%) 대비 0.3%p 상승했던 2017년(0.341%)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신월곡1구역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대지 지분 3.3㎡당 가격이 1년 사이 약 200~300만원 올랐었다”며 “하지만 최근 사업시행인가가 잇따라 불발되면서 더 이상 오르지 않고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업시행 인가만 통과하면 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되겠지만 다음 예정된 사업승인인가에 대한 전망도 그리 밝진 않다”고 덧붙였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