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사업의 명과 암, “건설사 웃고 철거민 울고”

재개발사업의 명과 암, “건설사 웃고 철거민 울고”

기사승인 2018-06-14 10:03:46

“마침표는 지난 문장의 끝을 알림과 동시에 새 문장의 시작을 의미한다. 원치 않던 끝은 처절하고, 갈망하던 시작은 희망차다. 마침표는 온도차가 크다

불과 1년 전이다. 청량리588 집장촌은 지난해 말 마지막 업소가 문을 닫으면서 마침표를 찍었다. 재개발사업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홍등만이 비추던 청량리에는 이제 햇빛이 비추는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24년. 청량리가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오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흔히 돈이 오가는 경제활동은 잃는 자가 있으면 얻는 자가 있는 제로섬 게임으로 비유되곤 한다. 청량리4구역 재개발사업이 진행되기까지 24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누가 잃고 누가 얻었을까. 

◇ 롯데건설의 호재

롯데건설에 있어 청량리4구역 재개발사업은 호재였다. 10년간 묵혀두었던 시공권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11월 청량리4구역은 서울시로부터 관리처분 인가를 받았다. 2004년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지 무려 11년 만이었다. 현재 4구역 추진위원회와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집창촌을 포함한 청량리4구역 일대를 지상 65층 아파트와 상가, 오피스텔이 한데 모인 주상복합단지 개발이 진행 중에 있다.

이에 따라 청량리4구역 내 분양 예정인 아파트 값도 벌써부터 오르고 있다.

부동산인포 관계자는 “현재 비강남권도 주택가격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지역에서는 전용면적 20평대가 10억 이상에 거래되는 경우도 있다”며 “분양가격을 HUG에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겠지만 시세를 전혀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에 그걸 감안한다면 9~10억 대에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갈 곳 잃은 지역주민들

“용적률이 1000%에 달하지만 임대주택은 2%에 불과합니다. 98%의 주민들을 내쫓기 위해서 조직폭력배가 동원됐습니다” 

전국철거민연합 청량리지역장의 말이다. 그는 용적률이 1000%에 달하지만 임대주택은 2%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재개발에 매몰되어 지역주민을 위한 대책은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서울시는 2009년 정비사업 강제철거 도중 발생한 용산참사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비사업 강제철거 예방 종합대책을 2016년 발표했다. 그리고 지난 5월 사업시행인가 조건에 불법 강제철거 금지 등의 조건을 추가했다. 하지만 지역주민을 위한 최소한의 이주대책은 여전히 부재한 상황이다. 

수년에 걸쳐 집창촌 문제는 조금씩 해결되고 있지만, 재개발사업으로 인한 강제 철거민 등의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단순히 집장촌을 폐쇄하고 재개발하는 데에 매몰되지 말고, 재개발로 인한 철거민 등을 위한 지원정책이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현재 롯데건설은 청량리뿐만 아니라 미아리 일대 집장촌 재개발 시공권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조합원내 내부갈등 등으로 인해 사업시행인가가 이뤄지지 않아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한편 청량리4구역(588일대) 재개발사업은 2004년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시행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10년 청량리4구역은 성바오로병원과 상가 부지 1만7031㎡를 제외한 2만6330㎡로 최종 확정됐다. 2015년 착공시작, 2019년 완공예정이었지만 추진위원회, 집장촌 포주, 성매매 여성들 간의 마찰이 발생했다. 2016년 5월 본격적인 이주가 시작됐다. 이에 일부 성매매여성들은 분신자살을 시도하는 등 거세게 반대했다. 그리고 지난해 말 마지막 업소가 문을 닫으면서 현재 청량리4구역은 재개발을 앞두고 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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