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씨티·경남은행의 대출금리 부당 산출로 국민의 분노가 상당하지만 이에 대한 정부 제재나 징벌적 손해배상, 집단 소송은 모두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사이 해당 은행들은 행장의 직접적인 사과나 홈페이지에 사과문 게재 하나 없이 부당하게 수취한 이자를 서둘러 환급하는 것으로 사태를 종결짓고 있다.
2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대출 금리를 부당 산출한 KEB하나·씨티·경남은행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집단 소송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부의 제재 역시 법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가해자의 행위가 반사회적이거나 악의적일 경우 징벌 차원에서 실제 피해액보다 더 많은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번 사태를 놓고 보면 은행이 부당하게 가져간 이자가 1억원일 경우 배상금을 3억원으로 정해 은행의 소비자 보호 의지를 강화하는 제도다.
집단 소송은 다수가 같은 제품이나 서비스 문제로 피해를 봤을 때 일부 피해자가 전체를 대표해 소송에 나서는 제도다. 예를 들어 1만2000건이 넘어가는 부당 금리산출 건을 대표해 일부 피해자가 은행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방식이다.
두 제도 모두 기업의 부도덕한 영업행위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위한 취지를 담고 있다. 현재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국내에 도입되지 않은 상태이며, 집단 소송은 증권 분야에 한정해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여기에 대출 금리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규정되어있어 부당하게 금리를 산출한 은행을 처벌할 법적 근거 역시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대출금리를 부당하게 산출해 고객의 돈을 가져간 KEB하나·씨티·경남은행 등은 가져간 돈을 돌려주는 것으로 모든 책임이 끝나는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이번 사태에 대한 해당 은행들의 고객 대응도 미지근하다.
KEB하나·씨티·경남은행 가운데 27일 저녁까지 홈페이지에 이번 부당 금리산출에 대해 사과문을 게재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물론 은행의 수장인 은행장이나 고위임원이 직접 사과한 곳도 찾아 볼 수 없다. 해당 은행들은 26일 오전 ‘죄송하다’는 문구를 담은 이자환급 계획을 언론에 배포하는 것으로 모든 ‘고객 사과’를 마무리했다.
특히 씨티은행은 언론에 배포한 이자환급 계획에서 ‘담보 누락’이라는 표현이 은행의 이미지에 누가된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신용원가 적용 오류’로 에둘러 표시하는 등 이번 사태를 축소하기 위한 노력에 열중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금융사들의 행태를 두고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제정이 절실하다는 반응이다. 국회에 발의된 이종걸 의원의 금소법을 보면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과 집단 소송을 모두 허용하고 있다.
여당 관계자는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법안 통과가 가능한데 금융감독체계 개편 등 다양한 이슈가 걸려 있어 매번 국회를 통과하지 못 했다”며 “은행의 금리 조작과 같은 사태를 막기위해 올해는 꼭 금소법이 국회를 통과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