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이 달부터 ‘금융그룹 통합감독’ 제도를 시행하면서 통합감독을 받을 7개 금융그룹의 자본비율이 줄줄이 하락할 것으로 조사됐다.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을 확정하고 이 달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통합감독 대상은 금융자산이 5조원 이상이면서 2개 이상의 금융회사를 보유한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미래에셋대우, 현대캐피탈, DB손해보험, 롯데카드 등 총 7개사다.
모범규준 주요 내용을 보면 금융그룹 내 대표회사를 선정해 그룹 위험관리정책 수립 등 전반적인 업무를 이행토록 했다. 대표회사 이사회는 그룹 위험관리 주요사항을 심의·의결하고, 대표회사 이사회를 보좌하는 위험관리기구를 설치·운영해야 한다.
통합감독 대상이 된 7개사는 각 금융그룹의 자본적정성, 내부거래 및 위험집중 등의 결과를 정기적으로 감독당국에 보고하고 시장에 공시해야 할 의무를 가진다.
주요 보고·공시사항은 그룹차원의 ▲통합 자본적정성 ▲통합위험요인 및 관리계획 ▲지배구조 현황 ▲그룹계열사간 내부거래 비중 및 주요 내부거래 현황 등이다.
적용 대상 금융그룹들은 새 평가 기준에 따라 자기자본비율 100%이상 유지 의무 부담이 주어진다. 자본비율은 적격자본을 필요자본으로 나눈 값을 백분율로 산출해 결정된다.
금융당국이 7개 그룹의 자본 적정성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삼성 328.9%→221.2% (집중위험 포함 시 110%), 미래에셋 307.3%→150.7%, 현대차 171.8%→127.0%, 한화 210.4%→152.9%, DB 221.8%→168.7%, 롯데 241.2%→176.0%, 교보생명 299.1%→200.7% 등으로 금융당국의 최소 요구기준 100%를 상회했다.
삼성의 경우 비금융계열사 출자 한도 초과분에 대해 집중위험을 반영할 경우에 따르면 자기자본비율은 110%로 하락했다. 다만 금융그룹의 집중 위험을 모범 규준 시행 기간에는 적용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알려졌다.
자기자본비율 하락을 방지하려면 당장 적격자본을 늘려야 하지만 순수 자기자본을 갑작스럽게 늘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보유 중인 타 계열사 지분을 매각해 필요자본을 줄일 수도 있지만 이 역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에 맞춰 금융그룹 차원에서 리스크 관리를 위한 ‘그룹위험관리기구’를 구성하고, 전담 조직을 신설해 세부 실행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우선 7개 그룹 대상으로 통합감독제도를 시범 운영한 뒤 내년 초 감독대상 변경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1년간 시범 운영을 거쳐 나타나는 문제점은 내년 6월말 수정·보완한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은 말 그대로 모범규준이다”며 “당국에서 준비하라고 하는 부분부터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통합감독 모범규준에 따라 전담 조직을 만들었다”며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하는데 현재 그 진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사회 개최 일정은 아직 구체적으로 날짜가 정해지지는 않았다”며 “(또한)이번 모범규준은 유예기간이 있는 상태로 세부적인 내용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7월부터 시범운영으로 서로 조율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우선 모범 규준으로 시행한 뒤 ‘금융그룹 감독법’이 연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제도가 운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하반기부터 시정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는 그룹에 대해 금융당국은 ‘금융그룹’이라는 명칭을 쓰지 못하게 하거나 금융회사 종류를 1개로 줄이라고 명령할 수 있다. 또 자본비율이 100%를 밑돌면 정부는 5년에 걸쳐 자본을 끌어올리라고 지시할 수 있다.
KB증권 관계자는 “지난 5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으로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관련 현행법상 전자 지분 매각 의무부담은 해소됐으나, 금융그룹 통합감독 관련 세부기준 적용 결과에 따라 삼성생명의 전자지분 매각 가능성은 재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조진수 기자 rokmc43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