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식 부동산 정책, 서울 ‘도시재생사업’ 성적표

박원순식 부동산 정책, 서울 ‘도시재생사업’ 성적표

기사승인 2018-07-04 05:00:00

최근 서울시장 3선에 성공한 박원순 시장은 부동산 정책으로 도시재생을 전면에 꺼내들었다. 대규모 재개발 대신 노후주택 개·보수나 골목길 재생, 낙후 산업공간 리모델링 등을 통해 구·도심을 정비해 개발하는 방식이다. 박 시장이 지난 6년 간 추진해온 도시재생사업은 창신·숭인 지역을 시작으로 종로 세운상가, 서울역 7017 프로젝트 등이 있다. 

이에 대해 업계는 긍정적인 시각과 부정적인 시각으로 나뉘었다. 우선 기존 대형건설사 위주의 재개발 방식이 아니라 소규모 업체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임대료 상승으로 기존 상인들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아쉬움과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 박원순 시장의 도시재생 사업은

이번 서울 시장 당선으로 박 시장은 2022년까지 임기가 4년 연장됐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박 사장이 처음 당선된 2011년 10월 이후 10년 8개월 동안 부동산 정책의 연속성을 가지게 됐다. 박 시장은 기본적으로 정부의 기존 정책을 유지하면서 이번 선거에서 주요 부동산 공약으로 내세운 ‘강남·강북 균형발전’과 ‘격차 없는 서울’을 추진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먼저 그는 재개발·재건축사업을 지금처럼 규제해 부동산시장의 거품을 걷어내고 도시정비사업 속도를 조절할 것을 약속했다. 특히 균형 있는 지역 발전을 위해 지난 1월부터 부활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를 통해 거둔 환수금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기금’으로 저개발 지역 기반시설 확충과 임대주택 공급에 사용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박 시장이 그동안 진행해온 도시재생사업 속도는 빨라질 전망이다. 

도시재생사업이란 노후 주거지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침체된 상권 활성화를 위해 혁신 공간 조성, 주민지원 프로그램 운영 등 지역기반 일자리를 창출하는 지역공동체 주도의 사업이다.

서울시는 최근 영등포·경인로, 청량리종합시장, 용산전자상가 일대 등 14곳을 서울 도시재생의 대표모델인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이로써 서울시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은 총 27곳이 됐다. 선정 지역은 시 차원의 자원과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국토교통부가 추진 중인 도시재생 뉴딜 사업의 유력한 후보로서 정부 예산을 받게 되면 향후 재생사업에 큰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서울 도시재생사업의 지난 6년

박 시장의 도시재생사업은 2014년 6·4지방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하면서 뉴타운·재개발 출구전략을 통해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다수 주민이 원하면 뉴타운·재개발 지구지정을 해제하고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지역 공동체를 회복하는 등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였다. 

뉴타운사업은 2002년부터 서울시에서 추진한 재개발 방식이다. 소규모 재개발 사업과 달리 광역 단위 생활권을 중심으로 노후 불량 주택을 재개발하고, 도로·공원·학교 등 기반 시설을 정비·확충하는 주거 정비 사업이다.

당시 창신동 일대 84만6100㎡ 면적의 창신·숭인 지역은 지난 2007년 4월 뉴타운지역으로 지정된 곳으로 소규모 봉제공장이 밀집한 낙후지역이었다. 개발을 찬성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과의 갈등으로 7~8년간 사업이 표류하면서 새로운 기반시설 투자가 중지됐고 주거환경이 열악해져 지역 노후화가 지속됐다. 

2013년 뉴타운사업은 결국 해제됐다. 하지만 낙후지역으로 변해버린 지역 정비를 위해 새로운 대안을 고민해야 했다. 이 때 나온 것이 바로 도시재생사업이다.

서울시는 2013년 설립한 도시재생 지원센터를 통해 일자리 창출, 주거환경 개선, 마을공동체 회복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수행했다. 창신·숭인에 적용된 협동조합형 지역재생기업 설립도 지원했다.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 만들기 사업을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현재 창신·숭인지역은 창신소통공작소, 백남준 기념관 등을 통해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해 활용되고 있다.

세운상가는 현재 2020년 4월 완성을 목표로 ‘다시·세운 프로젝트' 2단계 사업을 진행 중이다. 서울시는 앞선 1단계 사업으로 세운상가 북쪽(세운상가~청계·대림상가)을 ’창의제조산업 혁신지'로 꾸몄다. 2단계 사업을 통해 세운상가 남쪽 지역(삼풍상가~호텔PJ~인현·진양상가)을 창작인쇄산업 중심지로 바꾸고 있다.

철거 위기를 맞았던 세운상가는 2014년 보존관리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주민과 함께 상가군 활성화가 시작됐다. 서울시는 2015년 서울 도시재생 종합플랜을 발표해 ‘서울형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세운상가 일대를 정했다. 같은 해 세운상가 일대는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세운상가와 인쇄골목의 지역 경쟁력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 일대에 창작인쇄산업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고 골목제조업 환경개선과 인쇄산업 육성을 골자로 한 서울시 차원의 인쇄산업진흥계획을 연내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서울역 7017 프로젝트를 포함해 장안평 일대, 창동·상계 일대, 가리봉 일대, 해방촌 일대, 성수동, 신촌동, 암사동, 장위, 상도4동 등이 현재 1단계 활성화지역으로 도시재생 계획 수립 및 사업 실행을 진행 중이다. 영등포 경인로 등 사업 후보 지역 8곳과 강북구 수유1동 등 20곳의 사업 희망 지역도 확정했다.

◇ 젠트리피케이션 등 우려와 아쉬움

하지만 일각에선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아쉬움과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낡은 고가도로를 공원으로 바꾼 서울로 7017 주변 지역은 임대료가 두 배 가까이 상승하면서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연남동과 성수동 인근 상가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또 과거 뉴타운 개발과는 다르게 소규모로 개발 사업이 이뤄지다 보니까 대형건설사들이 들어설 수가 없다. 대형 건설사들이 시공에 참여하게 되면 교통 등 인프라가 확보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만큼 빠른 발전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권일 부동산 인포 팀장은 “젠트리피케이션 같은 경우 단순히 도시재생사업 때문만이 아니라 자본주의 시장에서 임대료 상승은 당연할 수 있는 행위”라며 “그것을 어느 정도 규제하는 것은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도시재생사업의 취지는 좋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는 나타나고 있지 않다”며 “분명 반사이익은 어느 정도 있겠지만 향후 4년간 사업을 어떻게 마무리지을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도시재생사업은 예전 뉴타운 식으로 뒤집어엎는 식이 아니고 기존 환경을 유지하면서 소규모로 조금씩 변화해가는 형태 재생사업이기 때문에 대규모 건설사가 진입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대형건설사들은 보통 개발을 할 때 300세대 이상 지을 때 어느 정도 경제성이 나온다고 보기 때문에 사업성 측면에서 아쉽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시가 도시재생에 대한 사업 방향을 잘 잡은 것 같다”면서도 “도시선진국 사례를 보면 도시재생사업뿐만 아니라 철거재개발도 함께 가는데 우리는 너무 단편적으로 도시재생사업만 하려 하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이어 “도시재생사업이 장기적으로 봐야하는 건 맞지만 일반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효과가 어느 정도는 나와야한다고 보는데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무리하게 그 여지를 없앤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도시재생사업을 너무 만병통치약처럼 이것만 하면 다 된다식으로 접근해선 안된다. 선진국 사례가 많지 않은 만큼 어려운 사업이기 때문에 서두르지 말고 본래 취지에 맞게 재생사업 지역 주민이 주도가 되서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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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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