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시공제 둘러싼 갑론을박, “단계적으로 직접시공제로 가야”

직접시공제 둘러싼 갑론을박, “단계적으로 직접시공제로 가야”

기사승인 2018-07-10 05:00:00

건설업계에는 이전부터 직접시공제도를 돌입하자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하지만 이를 두고 원청업체와 하도급업체간 대립으로 쉽게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직접시공제를 도입하는 경우 하도급 대금 미지급, 부당 특약 설정 등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매출의 대부분을 하도급으로 충당하고 있는 하도급업체들의 생존권이 걸린 만큼 결정은 쉽지 않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6월 28일 제9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한 ‘건설산업 혁신방안’에 따르면 대형건설사의 직접시공은 현행 10% 이하에서 오는 2022년까지 20% 이상으로 확대된다. 소액공사의 일괄 하도급 방지를 위해 2005년 도입한 직접시공 의무제 대상공사의 상한을 현행 50억원 미만에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올해는 70억원, 2020년까지는 100억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직접시공제는 발주처로부터 공사를 수주한 원도급업체가 직접 시공을 맡도록 하는 제도다. 국내 건설업계는 하도급 구조가 원청업체에서 1차 하도급업체, 1차 하도급업체에서 2·3차 하도급업체 순이다. 

문제는 복잡한 하도급 거래 과정에서 하도급 대금 미지급, 부당 특약 설정 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이다.

현재 건설산업기본법상 50억원 미만 공사일 경우에만 원도급업체에 일정비율의 직접시공 의무가 부과되고 있다. 직접시공 의무비율은 3억원 미만 공사는 50%, 3억원 이상 10억원 미만 공사는 30%, 10억원 이상 30억원 미만 공사에선 20%, 30억원 이상 50억원 미만 공사는 10%다. 

직접시공제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뉴욕 주정부 도로교통부에서는 표준시방서에 원도급업체가 50% 이상 시공하도록 하고 있다. 또 독일에서는 소규모 공사의 경우 99%를 원청업체가 직접 시공하고, 종합 발주의 경우에도 30~40%를 직접 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 건설업계에서는 직접시공제를 둘러싸고 건설노조 양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국내 건설노조는 크게 두 측으로 나뉘어 있다. 대부분 원청업체들로 이뤄진 대한건설협회와 하도급업체로 이뤄진 전문건설협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전문건설업체의 경우 하도급 의존도가 매출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직접시공제 전면 도입은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전문건설업체에서 수급하는 인력을 종합건설업체 혼자 부담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직접시공제의 긍정적 효과와 별개로 부정적 효과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전문건설업체에서 직접시공제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들의 생존권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라며 “건설업계를 장기적으로 본다면 그들 역시 직접시공제로 가는 것에 대해 동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하루아침에 직접시공제를 도입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단계적으로 도입해나간다면 전혀 불가능한 얘기만은 아니다”라며 “지금도 몇몇 업체들은 직접시공제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또 직접시공제가 도입된다면 원청업체의 경우 하도급에 사용되는 비용을 절약해 전문 인력을 고용해 직접시공을 맡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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