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교수가 “정말 우리나라는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현 경제 상황에 대해 진단했다.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나쁜 사마리아인들’ 재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장 교수는 “지금이라도 빨리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서 제도 도입할 거 하고 틀을 바꾸지 않으면 정말 큰 일 날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장 교수는 “한국은 90년대 초반부터 추진한 금융자유화가 잘못되는 바람에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았지만 원인을 금융자유화가 아니라 국가주도의 개발모델에서 찾았다”면서 “기업투자가 급감하고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는 급격한 변화를 겪고 경제 성격도 바뀌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외환위기 직후부터 산업정책 다 포기하고 외국 단기 투기자본에 문을 열어서 기업들이 투자하기 어렵게 됐다”면서 “조선, 자동차, 전자 다 우리가 밀어낸 건데 지금은 중국에 따라잡히고 선진국은 추격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경제위기 극복 대안으로 산업정책의 부활과 복지 확대를 제안했다.
그는 “위너피킹(winner picking)은 과거 우리가 많이 했던 선별적 산업정책의 핵심”이라면서 “주주자본주의에 따라 자기가 잘하는 것만 했다면 삼성은 여전히 청과물 회사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삼성이) 반도체 만들어서 7년 적자 봤는데 그게 위너피킹”이라면서 “많은 기업이 처음에 저부가가치, 저생산성으로 시작해서 최소한 서너번의 위너피킹을 해야 대기업이 된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등 근로여건 개선도 복지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자영업자 비율이 엄청나게 높은데 이건 기본적인 복지가 잘 안 돼 있기 때문”이라면서 “사람들이 기업 다니다 실직하고 나면 생계형 창업을 하다 보니, 다른 나라 같으면 자본가라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자본가가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동네 자영업자에게 재벌기업과 똑같이 최저임금 하라고 하면 말이 되겠나”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맹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재벌기업들과의 대타협이 필요하다는 평소 지론을 언급했다.
장 교수는 “솔직히 김정은 위원장과도 타협하는데 재벌하고 왜 타협을 못하겠냐”면서 “대타협은 ‘재벌이 무얼 원하니까 무얼 주자’와 같은 도식적인 게 아니라 서로 포용하면서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 같이 대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선 “주주자본주의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어 기본 노선에서 과거와 달라진 건 없다”면서도 “준비할 시간이 없었던 것에 비하면 잘하고 있다”고 평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