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승우, 이동욱, 이규형, 유재명, 문소리, 문성근, 천호진에 신인 원진아까지. 주연, 조연 가릴 것 없이 이처럼 화려한 출연진을 내세운 드라마도 드물다. 홍종찬 감독도 최근 tvN ‘디어 마이 프렌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등 노희경 작가와 호흡을 맞추며 연출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보통 드라마라면 배우와 감독 라인업만으로도 충분히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만하다.
하지만 JTBC 새 금토드라마 ‘라이프’는 다르다. 배우와 감독이 보여주는 능력보다는 이수연 작가가 이번엔 어떤 드라마를 내놓았을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제 겨우 두 번째 작품에 임하는 신인 작가가 엄청난 기대를 받는 독특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첫 방송을 앞두고 열린 제작발표회 분위기도 여느 때와 조금 달랐다. 23일 오후 2시 서울 언주로 임피리얼팰리스에서 열린 ‘라이프’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배우와 감독은 입을 모아 대본과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놨다.
응급의료센터 전문의 예진우 역을 맡은 이동욱은 “작가님에 대한 믿음이 가장 컸다”며 “작가님은 ‘비밀의 숲’으로 백상예술대상에서 대상 받으셨다. 제가 감히 어떻게 평가할 수가 없다. 이번에도 역시 훌륭한 작품, 좋은 글이 탄생한 것 같다”고 출연 소감을 전했다.
신경외과 센터장 오세화 역을 맡으며 오랜만에 드라마로 복귀한 문소리 역시 “작가님 대본이 워낙 탄탄하다”며 “어제도 마지막 촬영인 분들이 계셔서 자리를 함께 했는데 대본 칭찬이 넘쳐났다. 돈이 최고인 현실에 대해서 다들 공부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대본에 대한 믿음이 컸다. 대본을 최대한 잘 따라가며 연기해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비밀의 숲’에 이어 또 한 번 이수연 작가의 작품을 선택한 조승우는 대본이 어렵다고 털어놨다. 조승우는 “사실 ‘비밀의 숲’이 끝나고 작가님과 또 함께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이 있었다”며 “이수연 작가님의 대본이 참 어렵다. 이해가 되지 않아서 머리를 쥐어뜯은 기억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작가님이 쓰신 글을 읽으면 옳건 그르던 뿌리를 향해 간다. 본질이 무엇인지를 찾는다”며 “결국 시스템의 문제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 같다. 이번 드라마도 우리가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되는 작품 같다”고 귀띔했다.
조승우와 함께 ‘비밀의 숲’과 ‘라이프’에 연이어 출연하는 유재명도 이수연 작가의 대본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유재명은 “개인적으로 이수연 작가님의 대본을 읽다보면 인물들이 외로워 보인다”며 “외롭다는 건 결핍이 있다는 거다. 그런데 그 결핍이 이상하지 않다. 이유가 있고 신념이 있고 절실함이 있다. 그것들이 충돌하면서 배우로서는 기존 작품에서 겪어보지 못한 황홀감을 느끼게 한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사실 제대로 연기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이 들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왜 배우들이 이토록 끊임없이 이수연 작가 칭찬을 하는 걸까. 문소리는 그 이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문소리는 “요즘 많은 대본이 우리의 정치, 사회, 문화적인 부분들을 소재로 다루지만 장르적인 소재를 이용할 뿐 그에 관해 어떤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태도를 가진 작품은 많지 않다”며 “이수연 작가의 대본을 보고 이런 얘기를 날카롭게 정면으로 던지는 드라마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 사회에서 우리는 어떤 가치를 갖고 무엇을 할 것인가’란 주제를 갖고 있는 작품은 드물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라이프’는 우리 몸 속에서 일어나는 격렬한 항원항체 반응처럼, 지키려는 자와 바꾸려는 자의 신념이 병원 안에서 충돌하는 의학 드라마다. JTBC ‘미스 함무라비’ 후속으로 23일 오후 11시 첫 방송된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