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한 협의 끝에 올해 원유가격이 ℓ당 926원으로 결정됐다. 생산자와 유업체가 수년째 원유가격연동제로 인해 마찰을 이어오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시장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3년만에 오른 원유가... 흰우유 가격 얼마나 오를까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낙농협회와 유가공협회는 지난 20일 원유기본가격조정협상위원회 회의를 열고 ℓ당 원유가격을 4원 오른 926원으로 합의했다. 인상 가격은 내달 1일부터 반영된다. 원유가격 인상은 2013년 원유가격연동제가 시행된지 5년만에 처음이다.
원유가격연동제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점은 시장상황과 수요 누적물량분 등은 가격 책정에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유 기본가격은 ‘기준원가’와 ‘변동원가’의 합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기준원가는 전년 기준원가에서 전전년 기준원가를 감하고 우유생산비를 곱한 뒤 전년기준원가를 다시 더한 값이다. 변동원가는 전년 변동원가에 전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곱한 뒤 다시 전년 변동원가를 더한 값으로 결정된다.
생산량이 많아지고 소비가 줄면 가격을 내려 소비를 유도해야하지만 제도에 묶여 조절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시장상황은 반영되지 않고 오히려 가격만 올리기 위한 제도라는 비난도 이어졌다.
실제로 연동제 시행 직전인 2012년 834원이었던 원유 가격은 2013년 840원으로 106원이나 급등했다. 이 여파로 2013년 8월까지 2360원대였던 흰 우유 평균 가격은 시행 직후인 10월 2572원으로 214원이나 올랐다.
흰 우유는 물론 가공유와 우유를 활용한 제품 등의 도미노 인상도 전망되는 상황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원유가격이 올랐다고) 당장 등 제품가격에 반영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인상요인은 맞다”고 말했다.
◇ 합의는 했지만... 기약 없는 ‘손질’
유업계가 원유가격 인상을 조건으로 연동제 개선을 제시하면서 전반적인 제도 손질에 대한 마찰도 예고되고 있다.
유업체는 현재 원유가격이 생산비를 비롯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과 연동해 결정돼 원유 수급상황이 전혀 반영되지 않아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수급·소비 등 시장상황을 고려해 연동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해야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반대로 생산자 측은 연동제는 유지돼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원유가격연동제를 비롯해 전반적인 낙농제도는 가격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만큼 집유권과 연동제 개선협상을 동시에 들여다봐야하며, 따라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산자와 유업체의 이러한 대립이 수년째 계속되온 만큼 원유가격연동제 내부적으로는 해법이 없다는 시선도 있다. 정부차원에서 전반적인 수급 관리를 통해 환경을 조성하면 자연스레 이러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나 문제해결의 키로 여겨졌던 ‘전국단위 쿼터제’도 계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단위 쿼터제란 각 농가의 기본쿼터(정상가격으로 납유할 수 있는 권리)를 정부 관리 하에 전국공통으로 관리하는 제도다.
농가와 유업체간 계약에 따라 제각각인 쿼터를 묶어 상황에 따라 생산량을 줄이거나 늘리는 방식으로 총량을 조절할 수 있다. 따라서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시장상황에 따라 수급을 조절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업계 관계자는 “원유가격연동제를 비롯해 다양한 수급정책이 지금은 실타래처럼 꼬여있는 상태”라면서 “생산자든 유업체든 생업이 직결돼있다보니 사실상 양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칼에 자르듯 해결하려들지 말고 (정부와 기업, 생산자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