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라오스에서 수력발전 댐이 붕괴해 인근 마을 주민 수백 명이 실종되는 등 대형 재난이 발생했다. 붕괴된 댐은 SK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었다. 업계에서는 사고의 책임소재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SK건설 등은 기록적 폭우로 인한 자연재해라고 주장하는 반면, 라오스 언론 등은 부실공사로 인한 인재라는 주장이다.
부실시공에 따른 사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난 50년 간 국내에서 발생한 부실공사 사고가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 건물 붕괴 사고가 최초로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 1970년 4월 와우아파트다. 시공사인 대룡건설은 지난 1969년 6월 착공해 동년 12월 완공했다.
와우아파트는 서울시가 책정한 건축 비용의 절반도 되지 않는 비용으로 건설돼 부실 공사 의혹을 있었다. 결과적으로 완공 4개월 만에 무너져 내리는 참사가 발생했다.
인명피해는 아파트에서 잠을 자던 주민 33명이 사망했고 38명이 다쳤다. 또한 붕괴되는 과정에서 경사 밑에 있던 판잣집을 덮치면서 사상자수가 늘었다. 당시 작성된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결과 건물 자재의 상당수가 빠져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994년 10월 21일에는 서울 한복판에 있는 다리가 무너져 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성수대교 제5·6번 교각 사이 상부 트러스가 붕괴해 무너진 사건이다.
당시 등교하던 여고생들은 물론 자동차 탑승자들이 대거 참변을 당했다. 버스 1대, 승합차 1대, 승용차 4대 등 모두 6대의 차량과 49명의 탑승자가 추락했고 이 중 32명이 사망했다.
시공사였던 동아건설은 이 사고에 대한 책임으로 전 국민적 지탄을 받았고 기업 신뢰도도 추락했다. 이 사건 이후 부실공사에 대한 경각심은 높아졌다.
그로부터 1년도 채 안 된 1995년 6월 국내 최악의 사고가 발생한다. 바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다.
6월 2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소재 삼풍백화점이 부실공사 등의 원인으로 갑자기 붕괴 돼 1000여명 이상의 사상자들이 발생했다. 국내 건물 붕괴 사고 가운데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가져온 사건이다.
붕괴원인은 무단증축과 주요 기둥 제거에 있었다. 물건을 더 많이 진열할 생각에 주요 기둥들을 제거했고 나머지 기둥도 굵기를 25%나 줄였기에 불법 증축으로 늘어난 하중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사고는 설계, 시공, 유지관리의 부실에 따른 예고된 참사였다. 당시 설계와 감리사는 우원건축, 시공사는 우성건설이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라오스댐 붕괴 사고를 계기로 국내 부실공사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 번 불러일으켜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심교언 교수(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는 “이번 라오스댐 붕괴가 전적으로 부실시공 때문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부실공사와 관련해 관리·감독 촉각을 다시 한 번 곤두세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해외에서는 감독, 관리 조항이 엄격하고 철저하게 지켜지는 반면, 국내에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과거 삼풍백화점 등과 같은 일련의 사건이 계속 터지는 이유 중 하나는 부실시공 시 영업정지 몇 개월 등으로 처벌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다양한 건설현장 안전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사고는 좀처럼 감소하지 않고 있다”며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최저낙찰제로 인한 저가수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짧은 공사기간 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설기술이 빠르게 고도화, 복잡화되면서 이에 따른 다양한 규정 제정이 이뤄지고 있지만, 안전은 규제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