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군대 못 보내’ 뜨거운 감자 된 운동선수 병역특례법

‘손흥민 군대 못 보내’ 뜨거운 감자 된 운동선수 병역특례법

기사승인 2018-07-30 06:00:00

최근 스포츠팬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는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의 군면제 여부다.

손흥민은 8월 18일부터 열리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U-23(23세 이하) 축구대표팀의 와일드카드(23세 이상 선수)로 승선했다. 손흥민은 후배 동료들을 이끌고 대회 2연패를 노린다.

손흥민은 그간 국제대회 메달과 유독 인연이 없었다. 소속팀 차출 거부로 인해 2014년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했고 2016 리우 올림픽에선 8강에 그쳤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긴장감마저 감돈다. ‘손흥민에겐 월드컵보다 아시안 게임이 중요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손흥민이 메달을 획득해 군면제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팬들은 물론 해외 매체까지 손흥민의 군면제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992년 7월 생으로 올해 만 26세인 손흥민은 다음해 7월 입영 대상이다. 병역혜택을 받지 않으면 꼼짝없이 사회복무요원(고등학교 중퇴)으로 병역을 마쳐야 한다. 상주 상무, 아산 경찰청 등에 입단해 공을 찰 수 있지만 K리그에서 6개월간 뛰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토트넘을 당장 떠날 수 없는 손흥민에겐 불가능하다. 사회복무요원으로 K3리그나 내셔널리그에서 뛸 수 있는 방안도 있지만 현 커리어상 경력 단절이나 마찬가지다. 

▶ ‘손흥민 군면제 시켜줘라’… 병역특례법 수정 요구 봇물

손흥민은 세계가 인정하는 축구 스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이달의 선수상’을 수차례 수상했고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선 ‘스카이스포츠’ 등 해외 언론 등이 뽑은 ‘공격수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렸다. ‘축구 변방’에서 탄생한 보기 드문 축구 스타다. 

하지만 팬들은 그가 세계무대를 더 이상 누빌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엔 손흥민의 군면제를 시켜달라는 청원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최근 발표된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 선발 명단에 불만을 품은 이들은 ‘손흥민이 군대 가게 되면 각오하라’며 김학범 감독을 향해 협박에 가까운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급기야 병역특례법을 손질하자는 주장이 다시 힘을 얻기 시작했다. 1973년 만들어진 병역특례법은 당초 7개 대회에 걸쳐 입상 조항이 있었지만 현재는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2개 대회로 범위가 축소됐다. WBC 4강, 월드컵 16강 입상 조항 등이 여론에 맞물려 생성되기도 했으나 이마저도 2007년 모두 폐지됐다.

팬들은 개인종목과 단체종목간의 형평성, 종목별 메달 획득 난이도 불균형 등을 언급하며 입상 기준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신체 능력이 일반인보다 뛰어난 운동선수에 한해서는 입대 연령을 35세까지 늦춰주자는 대안도 냈다.

▶ ‘병역특례법은 이미 특혜’ 만만찮은 반대 의견

그러나 국민의 의견이 모두 동일한 것만은 아니다. 최근 리얼미터가 조사한 운동선수 병역특례 범위 확대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찬성한다’는 응답이 47.6%, ‘반대한다’는 응답이 43.9%로 팽팽했다. 손흥민 같은 세기의 선수에 대한 동정론은 있지만 상당수 국민이 병역특례에 반감을 갖고 있어 특례법 수정엔 어려움이 많다.

시대가 변한만큼 특례법이 내거는 ‘국위선양’에 더 이상 공감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경기도 이천에 사는 조 모(26)씨는 “지금이 적당한 것 같다. 메달을 따는 건 개인의 영달일 뿐이다. 경력 단절은 일반인들에게도 해당되는 문제”라며 병역특례법 확대에 반대했다. 서울 종로에 거주하는 회사원 김 모(34)씨 역시 “국위선양이라고 하면 아이돌 BTS(방탄소년단)도 군면제를 시켜줘야 되는 건가”라며 부정적 의견을 냈다.

▶ 국가대표가 군면제 수단으로?… 병역특례법 병폐도

국가 대표를 군면제 수단으로 여기는 몇몇 선수들의 행보도 이러한 반감에 불을 붙였다. 

최근 가장 논란이 됐던 선수는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오지환과 삼성 라이온즈의 박해민이다. 올해로 27살인 오지환과 박해민은 상무 입대 기회를 포기하면서까지 아시안게임에 도전해 비판을 받았다. 이들은 대표팀 승선 의지를 꾸준히 피력했고, 결국 발탁되는 데 성공했다.

아시안게임 야구 종목은 한국과 대만을 제외한 대부분 나라들이 아마추어 선수들로 팀을 꾸린다. 2010년과 2014년 2차례 대회에서 모두 한국이 금메달을 따냈을 정도로 경쟁자가 없다. 오지환과 박해민이 다소 무모해 보이는 도전에 뛰어든 것도 이런 배경이 깔려있다. 이변이 없는 한 금메달이 유력하기 때문에 각 구단의 미필 선수들을 분류해 대표팀 명단을 꾸리는 경향까지 있다. 일례로 KIA 타이거즈 나지완은 2014년 부상을 안고도 대표팀에 승선했다.

이러한 행보가 지속되자 팬들의 시선도 차갑게 식었다. 최근엔 이들을 ‘병역기피자’로 규정하며 야구 대표팀의 참패를 바라는 기이한 풍속도가 펼쳐지고 있다. 손흥민의 병역문제를 바라보는 것과는 분명 시각차가 있다.

▶ 낡은 병역특례법 버리고 차별화된 방안 강구돼야

일각에선 이러한 병폐 방지, 종목별 병역특례 형평성 유지 등을 위해 차별화 된 방안이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례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상무와 경찰청 등 군경팀들의 입대 연령을 23세 이하로 앞당기는 방안을 제시했다. 어린 나이에 병역문제를 서둘러 해결하고 전성기에 맞춰 해외리그 진출을 타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방세’를 내고 병역을 면제해주자는 주장도 있다. 이미 노르웨이와 터키는 국방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각각 30만 크로네(약 4111만원)와 2만5000리라(한화 약 538만원)를 납부하면 군면제를 받을 수 있다. 

정 회장의 제안은 어릴 때부터 해외 무대에서 성장한 선수들에겐 오히려 제약이 될 수 있다. ‘국방세’의 경우 운동선수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데다가 일반인까지 범위가 확대되면 빈부에 따른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단 점에서 만만찮은 반발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이러한 논의가 지속돼야 하는 이유는 운동선수에 대한 특례법 수정 요구는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손흥민 뿐만 아니라 이승우, 이강인 등 유망주들에게도 ‘병역의 의무’가 언젠간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낡은 병역혜택 제도, 병역문제에 대한 기존의 접근방식은 더 이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국제대회 출전 횟수, 기록에 따른 포인트제 도입 등의 보편적이고 공평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정부와 스포츠계, 그리고 여론이 머리를 맞대고 오랜 시간 고민해야 될 문제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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