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개봉한 영화 ‘어느 가족’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제71회 칸 영화제에서 수상한 황금종려상을 들고 한국을 찾았다. 영화는 물론 영화 외적인 이야기까지 솔직하게 털어놓는 시간이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열세 번째 영화 ‘어느 가족’은 할머니의 연금과 도둑질로 생계를 이어가는 한 가족이 빈집에 홀로 남겨진 소녀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며 벌어지는 영화다. 2001년 ‘디스턴스’를 시작으로,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에 이어 다섯 번째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해 황금종려상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일본에서는 지난 6월 개봉해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3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한국에서는 지난 26일 개봉해 29일까지 3만8000여명의 관객을 모았다.
30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열린 영화 ‘어느 가족’ 공식 기자 간담회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작게 낳아서 오랫동안 시간을 들여 잘 키우자는 마음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며 “뜻하지 않게 칸 영화제에서 큰 상도 수상하게 됐다”고 수상 소감을 간단하게 밝혔다.
이어 일본에서의 흥행을 반겼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영화를 시작한 후 15년 동안 일본에서 독립영화를 만드는 입장이었다”며 “일본에서는 오리지널 영화로 대규모 개봉을 하는 게 수월한 상황이 아닌데, 오랫동안 해온 것에 대한 보답을 받나 싶어 기쁘다. 앞으로는 지금보다 수월할 것 같다는 달콤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영화가 일본 외에 많은 국가에서도 사랑받는 소감도 전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무엇이 사람들에게 정서적인 감동을 주는지, 무엇이 국경을 넘어 전해지는지에 대한 것을 최근엔 거의 의식하지 않는다”며 “의식한다고 해도 잘 안될 수 있다. 전해질 것은 전해진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 작품을 사랑해주는 스페인, 프랑스, 캐나다, 한국 관객 여러분들을 만나면 위화감 없이 수용해주신다는 걸 실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아베 총리가 축전을 보내지 않은 논란에 대해서도 간단히 언급했다. ‘어느 가족’이 일본영화로서는 21년 만에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음에도, 아베 총리는 그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시스템에서 벗어난 소외된 사람들을 다룬 ‘어느 가족’이 보수적인 아베 총리의 입맛에 맞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 고레에다 감독은 “(아베 총리가) 축하하는 마음을 표하는 것은 영화의 본질과는 상관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라며 “국회에 더 중요한 일들이 산적해있는 상황에서 한 편의 영화가 정쟁의 소재가 된다는 것이 편하지는 않다”고 전했다. 이어 “영화를 둘러싼 여러 가지 본질적인 이야기들이 초점의 대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최근작들에서 대안 가족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다뤘다. ‘어느 가족’ 역시 피가 섞이지 않은 인물들이 가족으로 살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그는 가족에 대해 “가족은 어떠해야 한다거나, 좋은 가족이란 어떤 거라는 정의를 내리지 않으려고 한다”며 “가족은 여러 형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가족의 형태를 규정하지 않는 것이 좋은 자세라고 생각한다. 여러 형태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혈연이 아닌 형태로 공동체를 구성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었다”고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현재 프랑스에서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에단 호크와 줄리엣 비노쉬 등 유명 미국, 프랑스 배우들이 함께하는 영화다.
그는 “이번엔 연출자가 문화, 언어를 넘어서 연출을 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숙제로 주어졌다”며 “만약에 이것이 좋은 형태로 마무리된다면 프랑스 외에 다른 문화, 다른 언어에서도 작업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도 같이 일을 해보고 싶은 배우들이 많다. 한국 배우들과의 작업으로 이 자리를 다시 찾는 미래를 기대해보겠다”고 귀띔했다.
‘어느 가족’은 지난 26일 국내 개봉해 현재 상영 중이다. 15세 관람가.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