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가 이르면 연내 발포주 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맥주시장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국내법상 발포주는 맥아 함량이 10% 미만인 주류를 뜻한다.
◇ 오비맥주, 발포주 출사표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이르면 올해 안에 알코올 도수 4.5% 발포주 생산을 검토하고 있다. 가격은 현재 국내 시장에서 유일한 발포주인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와 비슷한 355㎖ 700원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오비맥주의 발포주 시장 진출은 경쟁사인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가 예상보다 빠르게 시장을 점령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4월 출시된 필라이트는 6개월만에 1억개 판매고를 돌파하고 뒤이어 1년만에 2억개 판매를 달성했다. 지난 4월 출시한 ‘필라이트 후레쉬’도 출시 70여일만에 3000만개 판매를 달성했다.
관련업계에서는 이러한 발포주의 성장세를 ‘가격’으로 꼽고 있다. 주류법상 발포주는 맥아함량이 10% 미만이라 맥주가 아닌 ‘기타주류’로 분류된다. 제조원가에 판관비·마케팅비·이윤 등을 모두 포함한 과세표준의 72%가 아닌 30%만을 적용받는데다가 교육세 역시 주세 72%의 30%가 아닌 30%의 10%만 과금된다.
따라서 세금 자체가 기존 맥주 대비 절반 수준으로 소비자가격 역시 기존 맥주의 40% 정도에 불과하다. 하이트진로가 필라이트 출시 이후 ‘12캔 만원’ 등의 공격적인 가격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맥주 시장 대비 발포주는 크기가 미미하지만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면서 “수입맥주 등에 잠식된 국내 맥주시장에서 블루오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발포주? 제3맥주?
발포주가 급성장하면서 국내 맥주 시장이 일본맥주시장의 흐름대로 쫓아가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일본의 경우 20여년전에 발포주가 처음 출시됐으며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맥아함량을 조절을 통해 세금을 줄여 가격을 낮춘 발포주는 1990년대 불황을 겪던 일본에서 처음 생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경우 맥아 함량이 50% 이상에 홉, 곡류, 물 외 법이 지정한 재료만을 사용한 주류를 맥주라고 지칭한다. 맥아 함량이 이보다 낮거나 기타 재료가 들어갈 경우에는 발포주로 불린다.
2000년대 초반에는 일본 맥주 시장 내에서 발포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어서기도 했으나 ‘제3맥주’가 등장하면서 주춤해졌다. 제3맥주는 2003년 일본 주세법 개편으로 발포주에 부과되는 세금이 올라가자 이보다 더 맥아함량을 낮추고 기타 재료를 넣어 만들어진, ‘가성비’를 극대화한 주류다.
2010년초 기준 일본 맥주시장은 맥주가 50%, 발포주 20%, 제3맥주 30% 정도의 점유율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올해 주세법 개정을 통해 오는 2023년부터 제3맥주 역시 발포주 카테고리로 편입돼 이러한 구분은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필라이트의 성공이 주류업계에 주는 의미는 크다”면서 “아직 먼 미래의 일이지만 발포주가 하나의 카테고리로 확실히 자리잡게 될 경우 ‘제3맥주’ 역시 시장에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