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극한의 폭염, 8월 더 뜨거워지는 그라운드

[옐로카드] 극한의 폭염, 8월 더 뜨거워지는 그라운드

기사승인 2018-07-31 14:59:00

한반도를 들쑤시고 있는 폭염이 당분간 그라운드를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40도에 근접한 살인적인 더위에 급기야 축구계에선 선수 부상 방지와 경기력 향상 차원에서 임시 휴식기 내지는 경기 중지/연기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한반도 전역을 찌들게 하는 폭염이 8월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번 주만 하더라도 낮 최고기온이 38도를 오가는 가마솥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지역은 관측 이래 최고기온 경신을 눈앞에 둔 상황. ‘열돔 현상’을 걷어낼 것으로 기대한 12호 태풍 ‘종다리’는 오사카 서쪽 해상을 지나며 오히려 동해안에 있던 뜨거운 기운을 태백산맥 반대편에 넘겼다. 수도권 등 내륙지역에 더위가 더해진 셈이다.

야외에서 격한 운동을 해야 하는 축구선수 입장에서 고온다습한 기온은 부상 위험을 높인다. 저녁에 경기가 진행된다 하지만 낮 동안 뜨겁게 달군 그라운드는 쉽게 식지 않는다. 30도 초중반을 오가는 고온이 스타디움 전체를 휘감으며 선수들에겐 고단한 시간이 이어진다. 관중석에선 부채질을 하지 않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감독들은 일제히 선수의 건강관리에 큰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월드컵 휴식기로 주중 경기가 부쩍 많아졌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록적인 더위가 이어지며 선수들의 체력 관리가 매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월드컵 공백기가 겹쳐 지난해 2주 가량 주어졌던 여름 휴식기도 없어졌다. 9월 A매치 기간 동안 쉴 틈이 주어지지만 당장 8월의 태양이 매섭다. 이을용 FC 서울 감독대행은 “잘 먹고 잘 쉬어야 한다. 훈련이 되는 상황이 아니다. 육체적으로 워낙 힘들기 때문이다. 쉬는 게 제일 중요하다”라면서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최근 진행된 유소년 대회의 경우 전후반을 5분씩 줄이는 방식으로 더위 문제를 일부 해결했다. 마찬가지로 성인 프로무대도 경기 중지/연기 등을 규정화하자는 목소리가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요즘 같이 37도를 오가는 날씨가 이어지면 선수들이 정말로 힘들어한다. 하프타임 때 선수들에게 전술지시를 할 수 없을 정도다. 스쿼드가 얇은 팀은 선수 한 명 한 명이 매우 소중한데 부상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올해 날씨에 따른 경기 중지/연기를 규정화한 사례가 있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 4월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자 관련 규정을 신설, 대책마련에 나섰다. 기존에는 의무위원회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경기 개최 중지가 가능했지만 신설안에서는 미세먼지(초미세먼지, 황사) 경보 발령시 경기 개최 중지/연기 규정을 보다 명확하게 명문화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경기 개최 3시간 전부터 경기 종료 시까지 경기 개최 지역에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황사 등에 관한 경보가 발령되었거나 경보 발령 기준 농도를 초과하는 상태인 경우, 경기감독관은 경기의 취소 또는 연기를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더위만으로 이 같은 규정이 나오긴 힘들다. 미세먼지 같은 특수한 재해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더위 때문에 경기를 취소하는 규정을 만드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쿨링 브레이크’로 선수들이 잠시나마 수분을 보충하는 게 최선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리그일정이 지난해 대비 더 길어졌다. 지금대로라면 12월 초까지 경기가 있다. 여기에 휴식기가 주어지면 12월 말까지 시합을 치러야 할 수도 있다”면서 난색을 표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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