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은 해야겠는데...쿠팡의 딜레마

새벽배송은 해야겠는데...쿠팡의 딜레마

새벽조 편성에 쿠팡맨 반발…주52시간 근무로 물류인력 자회사 이관도 잡음 에상

기사승인 2018-08-02 05:00:00


1인가구와 맞벌이가구의 증가로 유통업계에서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점점 늘려가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정규직 쿠팡맨을 고용하면서 새벽배송도 늘려가려는 쿠팡의 딜레마도 커져 가고 있다. 기존 인력을 이용해 테스트를 하는 와중에서도 잡음이 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이달 특허청에 '로켓프레시(rocket fresh)'와 '로켓 새벽배송(dawn Delivery), 당일배송(Sameday Delivery) 상표를 각각 등록했다. '프레시' 와 '새벽' 등은 신선식품과 새벽배송에 주로 많이 붙는 수식어로 쿠팡의 시그니처인 로켓배송을 새벽배송과 신선식품으로 늘리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어 쿠팡은 지난달부터 전국 40개 쿠팡맨 캠프 중 서울 서초점에서 새벽조를 신설하며 새벽배송을 테스트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유통업체들이 신선식품으로 카테고리를 늘려가는 가운데 쿠팡도 이를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새벽배송은 근무 시간에 붐비지 않아 많은 양을 전달할 수 있어 업무효율이 크고, 소비자들도 빨리 받아볼 수 있어 선호하고 있다. 실제로 신선식품 전문몰인 마켓컬리에서 새로 시작한 이 새벽배송은 반향을 불러오면서 GS슈퍼마켓, 이마트, 현대백화점 등등이 최근 새벽배송을 확대 실시하며 점차 이를 정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쿠팡은 지난달 중순 들어 서초점에 한해 쿠팡맨의 근무방식을 새벽조(W1조), 오후조(W2)로 나누는 투 웨이브(2 wave) 방식을 도입했다. 새벽조는 오전 2시 30분에서 오후 12시 반까지 근무하고, 오후조는 오후 12시부터 오후 11시까지 근무하는 형태로 물류 비중은 7:3 정도로 운영되고 있다. 새벽 2시반부터 6시까지는 야간 수당으로 1.5배의 급여가 지급되도록 해 야간 부담을 감안한 근무 환경을 조성했다.

그러나 그동안 오전 8시에서 오후 7시까지 11시간을 근무해왔던 쿠팡맨이 일부 새벽조로 배치되면서 갑작스러운 시간 변경으로 애초 계약과 다르다며 불만을 토로해 진통을 겪었다. 이에 따라 쿠팡은 내부적으로 이달 들어 서울 지역으로 확대할 예정이었던 새벽배송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쿠팡맨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정례시간에 일을 하고 있다가 갑자기 새벽으로 바꾸어 근무하라면 가만히 있겠는가"라며 "새로 인력을 뽑아야지 기존 인력으로 무리하게 운영하는 건 반발을 불러온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서초에서만 한 달 조금 안 되게 근무조를 나누어 3주 정도 테스트를 해온 것이고, 알려진 것처럼 2교대가 아니라 근무조로 규정한 것이어서 노동계약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라며 "전국 단위로 확대할지, 앞으로 신선식품 등을 다룰지 등도 아직 구두 회의 등으로만 이야기될 뿐 확정이 안 되었으며 다양한 새로운 것들을 모색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쿠팡으로서는 서초점의 실험은 지속할 예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유통업계가 모두 새벽배송을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홀로 벗어날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추세상 새벽배송은 확대 일로에 있어 앞으로도 서초점과 같은 잡음이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정규직 쿠팡맨을 고용하는 쿠팡은 주 52시간 근무제가 실시된 데 대해서도 대응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쿠팡은 현재 '도소매 판매물류업'으로 분류된 업종이라 물류 관련 인력의 근무시간에 제한이 생길 것을 감안해 물류 자회사인 '쿠팡 로지스틱스 서비스'로 관련 인력을 이동할 것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쿠팡은 2800여명의 쿠팡맨을 고용하고 있다. 

화물운송업과 물류시설운영업, 택배업 등을 사업목적으로 하고 있는 쿠팡 로지스틱스 서비스는 운 주 52시간 개정에 포함되지 않아 법적인 규제를 벗어난다. 

현재의 도소매 판매물류업은 업종 특성을 고려해 적용기간을 1년 유예받았지만 내년에는 주 52시간 이상 근무의 적용을 받게 된다. 이렇게 되면 지금과 같은 8시부터 오후 7시까지의 근무조건을 유지할 수 없다. 다만 쿠팡 노조 등은 이에 대해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매년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도 유통업계의 변화와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느라 노력하고 있다"며 "그러나 새벽배송으로 인한 근무조 변경이나 자회사 인력변경 등은 앞으로도 잡음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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