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통(월경곤란증, 생리통)과 월경과다증을 가진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피임장치인 ‘자궁내 피임 장치(루프)’가 이들 질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5년새(2012~2016) 월경통은 약 18% 증가했고, 월경과다증은 같은 기간 약 31% 증가했다. 과거에 비해 초경 연령이 낮아지고, 여러 환경변화 등이 영향을 끼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두 질환의 원인은 다양하다. 월경통은 젊은 여성에서 유병률이 50~90%에 이르는 가장 흔한 월경관련 질환으로, 월경 시 자궁내막에서 과도하게 분비된 ‘프로스타글란딘’이 자궁의 비정상적 수축, 자궁 내 압력 증가 및 혈관 수축, 통증 수용체에 대한 민감도 증가 등을 유발해 발생한다. 또는 자궁내막증, 골반 질환 등 골반 내 기질적인 질환이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월경과다증은 월경 중인 가임기 여성의 10% 정도에서 발생하며, 월경과다란 한 주기의 월경량이 80ml를 초과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보통 30~80ml의 출혈이 발생한다. 원인은 자궁근종, 자궁 선근종, 자궁 경부암 등 골반 내의 기질적 질환에 의해 발생할 수 있으며, 자궁이나 부속 기관에 이상 없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이 두 질환이 여성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주요 건강 문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절반 이상은 산부인과 진료를 받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미혼여성 임신 전 출산건강 관리 지원 방안 연구(2014)’에 따르면, 수도권에 거주하는 만 35세 이하 성인 미혼여성 1314명 중 생식건강에 이상이 있는 여성은 699명(53.2%)으로 조사됐는데 반해 병의원에 방문한 여성은 절반도 안 되는 301명(43.1%)에 불과했다.
이들 질환의 공통 치료 방법은 경구피임약이다. 월경통의 경우 비스테로이드성항염증약물(NSAID)을 통해 통증을 경감할 수 있으며, 피임을 원하는 경우 경구피임약으로도 ‘프로스타글라딘’의 생성을 줄여 월경통을 개선할 수 있다. 월경과다증 또한 피임을 원하는 여성이 경구피임제를 복용할 시 40~50% 정도 월경량 감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호르몬이 함유된 루프도 두 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다. 쉽게 말해 경구피임약과 루프를 합친 피임법이다. 모양은 루프와 비슷하지만, 장치 바깥쪽에 얇은 구리가 감겨있는 일반 루프와 달리 장치 안쪽에 ‘레보노르게스트렐’이라는 ‘프로게스테론’이 있다.
기경도 강동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여성호르몬에는 프로게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이 있다. 에스트로겐은 자궁내막을 자라나게 하고, 프로게스테론은 지나친 자궁내막 증식을 억제한다”며 “월경이라는 것이 임신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두껍게 만들어진 자궁내막이 탈락되는 것이다. 자궁내막이 두꺼울수록 출혈이 많아지고, 그러면서 생리통도 심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에스트로겐의 합성을 억제하면(자궁내막 증식을 억제하면) 그 반대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 교수는 “호르몬 함유 루프는 프로게스테론 성분을 천천히 4~5년간 방출하는 방법으로, 피임은 물론 자궁내막증, 월경통, 월경과다증 등 치료목적으로 사용된다. 경구피임약에도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호르몬이 있어 같은 효과를 내지만, 목적이 다르다”며 “경구피임약은 배란을 막는 것이고, 호르몬 함유 루프는 호르몬을 조절하는 것이기 때문에 출혈이 심하다는 등 환자의 상태에 따라 권고되는 치료법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모든 약에 부작용이 있듯 이 방법에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부정출혈, 두통, 유방통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