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달부터 후분양제를 실시하는 민간건설사에게 공공택지를 우선 공급한다. 후분양제를 건설업계에 안정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후분양제를 실시하는 건설사에게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후분양을 진행할 정도로 우선 공급되는 공공택지의 메리트가 없다는 설명이다.
8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택지개발·공공주택·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등에 관한 업무처리지침 일부 개정안에 따르면 아파트 건축 공정률이 60%에 달한 후에 입주자를 모집하는 후분양제를 시행하는 건설업체에 공동주택용지를 우선 공급한다. 지난 6월 발표한 후분양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의 후속 조치다.
개정안은 행정예고와 관계기관 의견조회 등을 거쳐 올 9월부터 시행된다. 국토부 부동산개발정책과 이성훈 과장은 “후분양제로 인한 건설업계의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인센티브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실효성 있게 정책을 가져가기 위해 과정을 지켜보면서 계속 보완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후분양제로 인한 메리트가 크게 없다는 주장이다. 장기적으로 봐서는 업계가 후분양제로 가야한다는 사실에는 동의하지만, 금융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얽혀 있어 하루 아침에 후분양제로 전환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또 기존의 인센티브는 매력적이지 못해 후분양제 전환이 힘들 것이란 의견도 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지난 노무현 정부 때 강제적으로 후분양제를 시행했었지만 당시 미분양이 났다”며 “대형건설사들은 자금 조달 여력이 어느 정도 있지만 중견사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후분양제로 진행할 경우 공공택지 우선 공급한다고 해서 리스크를 안고 사업에 뛰어들 업체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도 “선분양제도는 우리나라만의 이상한 제도적 특성이고 여러 문제를 갖고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후분양제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후분양제는 건설업계 내부적인 문제가 아니라 금융 문제도 얽혀 있어 쉽게 전환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후분양제가 진행된다면 중도금 대출 등과 같은 개념이 사라질 것이고, 이에 따라 금융 상품도 전부 바뀔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복합적으로 사안에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업자 단체인 주택건설협회에서는 후분양제도로 인한 공공택지 매입 기준 완화 등의 효과에 대해서는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건설업체들이 참여을 유도하는 인센티브 측면에 대해서는 아쉬운 목소리를 냈다. 사업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공공택지를 후분양제의 인센티브로 제공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건설사들의 참여율이 저조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주택건설협회 김형범 차장은 “후분양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는 지역이나 사업장의 경우 후분양제 인센티브로 인해 보증료도 절감되고 공공택지 매입 기준도 완화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존재한다”면서도 “후분양제의 의무적 도입은 부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앞서 발표한 후분양 로드맵의 네 개 택지도 사업성이 좋은 지역은 아니었기 때문에 결국 마이너스피 물량이 속출했다”며 “이번 공공택지 우선공급도 인센티브가 크지 않기 때문에 건설사들의 유인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