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외상성 신경통’·‘복합부위통증증후군’의 진단과 장해판정

[진료실에서] ‘외상성 신경통’·‘복합부위통증증후군’의 진단과 장해판정

기사승인 2018-08-14 05:00:00

글·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손병철 교수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사소한 외상 후 발생하는 중증 신경병성통증으로 만성 중증 신경통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조기에 진단받는 것이 중요하다. 가벼운 타박상, 염좌 같은 손상후 발생하지만, 약 10%에서는 특별한 이유없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초기 진단이 되지 않고 통증이 손, 발에서 팔다리로 악화된 후에 진단되기도 한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다친 정도에 비해 너무 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손과 발이 붇고 피부색깔 변화가 발생하면서, 바람에 스치기만 해도 아픈 이질통이 대표적 증상이다. 이 통증 질환은 특히 30~40대 젊은 환자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진단이 초기에 내려져 적절한 치료가 되지 않으면, 수년이상 만성적으로 고생할 수 있다.

다행히도 최근 10년간 의료진뿐만 아니라 미디어를 통해 심한 환자들이 일반인들에게도 소개돼 어느 정도 심각성과 중요성이 알려져 있고 조기 진단도 잘 되고 있어 만성으로 가는 비율이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복합부위통증증후군중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심한 통증이 있는데, 신경 손상 후 발생하는 제2형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다. 이유 없이 발생하는 제1형 통증증후군과 달리 제2형 통증증후군은 신경이 다친 뒤에 발생하는 외상후 신경통(Post-traumatic neuralgia)를 말한다.

신경의 외상(trauma)은 추락사고, 골절, 교통사고, 칼에 찔림, 외상으로 인한 팔다리 절단사고로 신경이 직접 다친 경우를 말하며, 수술시 신경이 다치는 의인성 신경손상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개념이다.

예기치 않은 팔다리의 골절후 발생하는 신경통은 제1형 통증증후군이 많지만, 제2형 통증증후군의 경우, 발목의 복잡분쇄골절, 추락사고후 팔다리와 골반 골절과 같은 중증 외상에 상완신경총, 요천추신경총, 발다리 신경이 다친 경우 자주 발생한다. 팔다리의 말초신경이 다치는 경우에도 발생하며, 척추 수술시 발생하는 예기치 않는 신경손상, 드물게 목과 겨드랑이 부위에 생긴 종양 조직검사 후에도 발생할 수 있다.

#17년전 추락사고로 좌측 팔과 어깨의 마비와 감각 장애, 손과 팔의 시리고 찌르고, 조이면서 전기충격과 같은 통증이 계속됐던 71세 남자분의 경우 제1형 복합부위통증증후군 진단하 15년 이상 신경통약, 마약성진통제, 매달 2번 신경차단술을 받아왔다. 견디면서 살았지만 최근 신경차단술 주사도 너무 많이 해서 주사약이 들어가지 않고, 척수신경자극기를 수 년전 설치했지만 효과가 그만그만했다. 경추 자기공명영상을 다시 보니 경추척수 줄기에서 척수신경가지가 뽑여서 발생한 상완신경총 적출손상의 만성 신경통으로 17년만에 확인되었음. 17년만에 척수신경응고 수술을 시행했다.

#추락사고로 인한 오른 팔의 중증 골절과 손상으로 우측 팔을 절단하여야 했던 분의 경우 절단으로 없어진 손과 팔에 화끈하고 욱신욱신하면서 조이는 6년간의 통증이 이어졌다. 6년만에 척수신경줄기에서 신경가지 두 가닥이 떨어진 상완신경총 적출손상이 확인됐다. 그동안 통증증후군 진단도 받지 못하고 병원에서 투약, 주사, 물리치료만 했다. 6년 동안 좋아진 적 없고 주사치료는 두 시간만 효과가 있었다.

교통사고로 오른 발과 발목의 분쇄골절로 5번 이상 수술을 하였지만 발목 아래의 심한 시리고 조이는 신경통, 추락사고로 골반 골절후 엉덩이와 뒤쪽 허벅지 심한 통증, 교통사고후 심한 팔의 통증이 발생해 목 디스크 수술 받았지만 전혀 좋아지지 않는 팔의 통증, 겨드랑이 양성 혹 조직생검 후 발생한 심한 저림이 있었다.

외상으로 신경이 다쳐 발생한 만성 외상성 신경통은 정확히 원인을 발견하지 못하고, 팔 다리 골절, 절단, 신경마비로 단순 진단돼 어쩔 수 없이 아픈 것으로 치료받고 있는 환자들이 아직도 많다. 진단도 제2형 통증증후군이 아닌 제1형 통증증후군으로 치료받고 있는 경우도 흔히 본다. 제2형 통증증후군은 신경차단술과 척수신경자극술로도 치료가 잘 되지 않는다.

외상후 신경통은 원인 신경을 정확한 신체검사, 영상검사, 해부학적 관련성을 직접 확인해서 수술해서 신경을 감압하거나 절제하는 수술적 치료가 가능한 지,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외상성 신경통에 의한 제2형 복합부위통증증후군에서 가장 큰 문제는 진단이 지연돼 치료가 어렵다는 점이다. 또한 외상과 손상으로 발생하는 제2형 통증증후군은 대부분 사고로 발생하므로, 치료후 합의와 보상, 장해판정 과정이 필요한 데, 객관적인 외상성 신경통의 검사를 제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외상성 신경통은 제2형 통증증후군이지만, 제1형 통증증후군의 검사결과를 제출하여야 인정을 받게 되어 있다. 아직 외상후 신경통은 신경통 자체로 장해를 인정받을 수 없고, 다친 신경의 마비와 운동장애만 장해를 인정받는다. 신경을 다쳤다고 해서 모든 환자가 외상후 신경통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외상성 신경마비가 모두 신경통으로 인정받을 수는 없다.

그러나 외상성 신경마비에 추가적으로 외상성 신경통이 발생한, 비록 소수지만 극심한 신경통으로 고생하는 장애 환자들을 보면, 이 분들의 고통에 대한 장해와 보상을 외면하면 안된다.

외상성 신경통이 골절, 외상, 신경마비 발생후 1년이 지나도 호전되지 않고 지속되면, 만성 신경통이 평생토록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쳐서 골절, 신경마비와 함께 신경통증이 지속되면 반드시 신경 손상을 정확히 확인하여 수술로 호전될 수 있는 외상후 신경통인지 확인해서 치료하여야 한다.

외상후 신경통은 제1형 통증증후군이 아닌 제2형 통증증후군으로 분류하여야 한다. 외상후 보상과 장해판정 과정에서 신경마비만 장애로 보지 말고, 평생 마비와 같이 존재하는 외상성 신경통에 대한 적절한 장해보상을 이제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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