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가 ING생명을 2조4000억원에 인수할 경우 주주가치 측면에서 부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ING생명 인수 가격으로 발생하는 성장 및 배당의 기회비용이 주주에게 부정적이라는 평가다.
신한금융지주는 14일 MBK파트너스와 ING생명 지분 59.15% 인수를 위한 협상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주당 인수가격은 약 5만원, 총 2조40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국내 보험업계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다.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도 인수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조 회장은 이날 “(ING생명 인수에) “9개월을 기다려왔는데 지나온 시간 보다는 남은 시간이 짧을 것”이라며 “변수가 있겠지만 방향은 정한대로 간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이 ING생명을 인수할 경우 신한금융의 생명보험 시장 경쟁력은 단숨에 성장한다. 올해 5월 말 기준 ING생명의 총자산은 31조4339억원으로 신한생명(30조2724억원)과 합병할 경우 NH농협생명(64조270억원)과 자산 규모가 비슷해 진다.
KB금융과의 리딩금융그룹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된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올해 상반기 순익 격차는 1196억원으로 ING생명의 상반기 순익 1836억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따라서 신한금융은 ING생명을 인수할 경우 리딩금융그룹 탈환이라는 숙원을 달성하게 된다.
다만 신한금융의 도약을 이끌 ING생명 인수가 주주 측면에서는 ‘소폭 부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조4000억원이라는 인수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평가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수가격 2조4000억원으로 영향분석을 해보면 주주가치에는 소폭 부정적이다. 재무적 기업가치는 1% 증가하나, 성장 및 배당에서 기회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신한금융이 향후 주식교환 등을 통해 ING생명을 100% 자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도 부담이다.
백 연구원에 따르면 신한금융이 ING생명을 100% 자회사로 만들기 위해 잔여지분을 주식교환으로 가져 올 경우 이중레버리지비율상 부족 자기자본은 1조2000억원이다. KB금융의 KB손보 사례와 같이 공개 매수할 경우 부족 자기자본은 1조9000억원으로 늘어난다.
백 연구원은 신한금융이 무리하게 ING생명을 100% 자회사로 전환하기 보다는 1~2년 정도의 이익잉여금 확충을 통해 이러한 부족자금 확충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그는 “결국 인수 정당화를 위해서는 방카슈랑스보다는 인수 후에 25조원 이상인 ING생명 운용자산을 그룹 내에서 효과적으로 통합 운용해 수익률을 높여 시너지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신한금융의 ING인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격이 가장 중요한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신한금융도 인수가격 인하를 놓고 MBK파트너스와 막판 협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용병 회장은 이날 “실무자들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격 문제를 놓고 변수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