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과 AI의 접목 '챗봇' 수준은? "아직은 글쎄"

유통과 AI의 접목 '챗봇' 수준은? "아직은 글쎄"

세부 카테고리 강화는 진보된 점…세부 명칭이나 소재 등에는 약해

기사승인 2018-08-22 01:00:00


유통가 일각에서 곧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AI와의 접목을 시도한 '챗봇' 도입이 활발하다. 하지만 어느 챗봇도 아직은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킬 만한 높은 수준에까지 다다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큰 만큼 지켜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을 앞둔 유통가의 전략은 크게 세 줄기로 나뉜다. 가상 채팅을 통해 맞춤형 추천을 해주는 챗봇, 매장 앞에 설치된 음성인식 안내 로봇, VR을 통한 스토어 접목이다. 이중 챗봇은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전달할 수 있어 주목돼 왔다. 

주요 챗봇은 롯데백화점에서 운영하는 '로사', 현대백화점에서 운영하는 '헤이봇', 신세계에서 시범 운영 중인 '쓱톡', 11번가에서 전자 부문과 마트 부문에 대해서 운영하는 챗봇 '바로'가 있다. 실제로 사용해 보니 아직은 채팅 기술이 미흡하다는 고민이 남았다.

 실제 사용해 본 결과 헤이봇이나 쓱톡은 고객센터 상담원을 대체한 것으로 기주문한 내용에 대한 확인 및 포인트와 쿠폰 확인만 가능해 아쉬움을 남겼다. 다만 기존에 작은 문의사항도 상담원과의 전화 연결을 거쳐야 했던 것을 감안하면 자주 묻는 질문을 대체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었다. 

 현대의 헤이봇은 더현대닷컴을 카카오톡에서 친구추가하고 '헤이봇과 대화하기'를 누르면 접속할 수 있다. 주로 주문, 배송, 택배와 상담, 문의내역, 답변 그리고 등급, 포인트, 더머니(적립금), 쿠폰 등과 관련한 일부 질문만 가능했다. ‘문의'나 ‘궁금해'에는 반응했지만 '알려줘'라고 물어보면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신세계의 쓱톡은 쓱닷컴에서 1:1고객센터를 누르면 답해온다.  주문·배송과 교환·반품, 환불 등과 포인트, S머니(적립금), 쿠폰 등과 관련한 현황을 알려주는 헤이봇과 비슷한 방식이었다. 

 실제로 고객의 쇼핑을 도와주는 추천 기능이 주가 되는 챗봇은 '로사'와 '바로'였다. 챗봇과 이야기하는 것은 마치 예전에 '심심이'와 채팅하는 느낌으로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이들 챗봇은 카테고리 방식으로 묶인 세부적인 것은 알아들었지만 다른 방식으로 물어보면 금세 모르는 분야라며 대화가 중단되는 한계가 있었다. 

 로사는 어플리케이션 '엘롯데'에 들어가면 앱 하단에 바로 뜨며 추천 기능도 활성화돼 있다. 로사는 주로 의류 추천에 최적화돼 있었다. '로사, 나에게 맞는 옷 추천 부탁해'라고 쓰자 티셔츠, 원피스, 바지 등이 나왔다. 원피스를 누르자 다양한 원피스를 추천해줬고, A라인, H라인, 프릴, 플리츠, 시스루, 랩 등 다양한 형태의 치마도 함께 추천해줬다.  


 '상품 추천'을 누르자 비즈니스룩, 트래블룩, 럭셔리룩, 러블리룩, 캠퍼스룩 등이 유형별 예시로 나왔다. 여기에서 '비즈니스룩'을 누르자 비즈니스룩으로 코디할 수 있는 티셔츠 목록을 먼저 추천해줬다. 1만2000원의 무자크 제품부터 앳코너의 베스트 티셔츠 3만3320원 제품이 나오는 방식이었다. ‘비즈니스룩 구두'를 검색하자 웨지힐, 토오픈, 펌프스, 메리제인 등 많이 찾는 제품들을 선보였다. 그러나 '소가죽 구두', 수제화' 등 소재나 독특한 특성에 대해 검색하자 '모르는 표현이라 죄송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화장품인 ‘파우더'를 추천해 달라고 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의류보다는 세부 카테고리가 약했다. 브랜드별로 주로 추천을 해주었지만 '구슬 파우더'나 ‘톤업크림’ 등의 세부 카테고리를 AI는 몰랐다. ‘나스’를 추천해달라고 브랜드 제품을 눌렀더니 다른 제품이 나오기도 했다. 

 11번가의 '바로'는 '마트챗봇'과 '전자제품 챗봇'만 활성화돼 있다. 11번가 앱 상단의 대화 말풍선을 누르면 챗봇과 이야기할 수 있는 창이 생긴다. '마트챗봇'을 누르고 “베스트 상품 알려줘”라고 하니 남양 임페리얼 분유와 크리넥스 화장지, 백산수 생수, 오뚜기 컵누들 등 최근 잘 팔리는 상품들이 나왔다. 현재 할인 들어간 행사품목만 찾아볼 수도 있었다. 또 품목별로 기저귀, 티슈, 생수 등 자주 찾는 다양한 품목을 한꺼번에 검색했더니 베스트 상품 위주로 나왔다. 그렇지만 수박을 검색하면 ‘수박바’가 나오고, 아보카도를 검색하면 ‘아보카도 바디워시’가 나오는 등 신선식품의 경우에는 정확도가 떨어지는 사례도 발생했다. 

 11번가의 전자제품 챗봇의 경우 문장 위주로 작성되는 것도 재미있는 점이었다. 공기청정기를 사려고 "어떤 공기청정기를 사야 할지 모르겠어요. 추천해 주세요." 라고 물어보니 필터식과 음이온식 두 갈래로 나누어 상품의 특성을 설명해줬다. 필터식을 선택하니 실제 사용 면적을 물어보고, 선호하는 제조사를 물어보는 등 차근차근 설명해줬다. 다만 어떤 제품이 나에게 최적인지를 알아내는 건 그 이후가 중요한데 챗봇의 기능은 여기에서 멈춰 있었다. 이 제품의 필터와 저 제품의 필터의 효력이 얼마나 다른지 등에 대해서는 소비자가 결국 직접 찾아봐야 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에게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챗봇이 하나의 도우미가 될 수 있다"며 "딥러닝으로 인해 추천 기능이 점차 업그레이드되는 방식이어서 앞으로 더 정교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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