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장에 출석한 함영주(62) KEB하나은행장이 22일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함영주 행장의 첫 공판은 이날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이진용 판사의 심리로 진행됐다.

함 행장은 2015~2016년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알고 지내던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 등 지인으로부터 인사청탁을 받고 이들의 자녀 전형 점수를 조작해 합격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남녀 합격자 비율을 4:1로 미리 정해놓고 차별해 채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함 행장의 변호인은 이날 이러한 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함 행장 변호인은 “일련의 채용과정을 구분해서 복잡하게 기소된 건인데 피해자로 특정된 것은 면접위원밖에 없다. 방해된 업무가 무엇인지가 특정돼야 한다”면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채용 관련 권한을 가진 직원 모두가 공모했다면 기망 당한 대상자가 없다고 봐야 한다”고 함 행장에 대한 업무방해죄가 성립될수 없는 것으로 주장했다.

이어 변호인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에 대해서도 “남녀 합격자 비율에 대한 조정이 합리적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하나은행 인력수급 상황상 어느 정도 조절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나은행은 기본적으로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으로, 사기업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채용을 진행한다”며 “다양한 인재가 필요하기 때문에 꼭 필기·면접 점수에 따라 직원을 뽑아야 하는 것도 아니며 기타 몇 가지 평가 항목만으로 직원을 뽑을 수도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변호인은 “(함 행장이) 특정 지원자의 인적사항을 인사담당자에게 전달한 적은 있지만 이후 이와 관련한 어떠한 발언도 하지 않았다”며 “합격자를 결정하는 데 함 행장은 어떠한 지위도 활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하나은행에서 2015∼2016년 인사부장을 지낸 송모 씨와 후임 강모 씨는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태다. 이들의 재판 역시 서울서부지법에서 진행 중이다. 함 행장에 대한 2차 공판기일은 10월17일 오전 10시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