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폭염으로 인한 농수축산물 피해에 농심(農心)이 타들어가고 있다. 반면 아이스크림·포장김치 등 식품업체는 폭염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최근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배추 포기당 소매가격은 6986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된 지난달 11일 3355원보다 배 이상 오른 가격이다. 서울의 경우 지난달 13일 처음으로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돌았다. 지난 1일에는 39.6도까지 치솟기도 했다.
배추 가격 폭등은 주요 배추 산지인 강원지역에 피해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원 강릉지역의 지난달 하순 평균기온은 32.5℃에 달했다. 강수량도 평년 117㎜의 10% 수준인 15㎜ 정도에 그쳤다.
이밖에 한 달 사이 시금치 가격은 무려 130.4% 폭등했으며 무, 풋고추 가격도 각각 60.6%, 37.3% 올랐다.
수산물 가격도 오름세다. 수협노량진수산에 따르면 8월 둘째 주 자연산 광어 1㎏ 가격은 1만5900원으로 전년 대비 20% 올랐다. 민어와 고등어, 대게 등도 같은 기간 평균 20% 이상씩 상승했다.
폭염에 산란계도 영향을 받으면서 계란 가격도 상승세다. 지난달 1월부터 25일까지 계란 산지 가격은 직전월 대비 115원 오른 776원을 기록했다. 폭염이 계속돼 산란율 저하가 계속될 경우 최대 1100원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직접적인 피해도 늘고 있다. 폭염으로 인해 닭과 오리 등 가금류 572만마리가 폐사했으며 과일·밭작물 등 농작물 2909㏊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
폭염 피해가 잇따르자 정부는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16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관계 부처 합동 국정현안점검회의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대응 방안이 논의됐다.
정부는 농협과 민간업체에 감자의 출하·방출을 유도하는 한편 과일·무 등의 조기 출하를 유도한다. 또한 크게 오른 배춧값을 잡기 위해 봄배추를 꾸준히 시장에 풀어 가격 안정화를 꾀한다.
특히 농산물 수요가 늘어나는 추석·김장철 수급 대책도 내놨다. 정부는 성수기 수급 안정을 위해 농협 저장물량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축산물 역시 도축 물량을 집중 출하토록 권장하며 생육이 빠른 종자를 활용한 김장철 예비묘 공급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식품제조업체는 폭염으로 인한 때아닌 특수를 맞고 있다. 무더위를 달래기 위한 얼음과 아이스크림 매출이 수직 상승했으며 포장김치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
대상 종가집 김치는 7월 기준 전년 대비 20% 이상 매출이 올랐으며 CJ제일제당 비비고 김치도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30% 이상 늘어났다. 일선 마트에서 판매도 상승세다. 롯데마트 기준 지난달부터 최근 배추·무 김치는 각각 26%와 31% 매출이 증가했다.
아이스크림 역시 무더위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빙그레와 롯데제과, 롯데푸드, 해태 등 주요 빙과업체 4사의 7~8월 매출은 30% 이상 급격히 늘어났다. 편의점 아이스크림 매출도 평균 40% 이상 폭증했다. ‘백날 마케팅에 돈 써봤자 더위만 못하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빙과업계에서는 이번 폭염특수로 인해 시장 규모를 어느 정도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아이스크림 소매시장 매출 규모는 2015년 2조184억원에서 이듬해 1조9619억원으로 2조원대가 무너진 뒤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조6837억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올해만큼 시장 상황이 좋았던 적이 없다”면서 “올해 매출 성적은 예년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