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이 국회에 발 목 잡혀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금융개혁을 위해서는 국회의 협조가 절실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정무위원회의 금융관련 법안 처리가 지지부진하다는 것.
2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 정무위원회에 접수된 의안은 총 1089건으로 이 가운데 가결 및 수정, 폐지 등 처리된 안건은 총 299건이다. 나머지 790건은 미처리된 상태다. 구체적으로 접수된 1089건의 의안 중 처리된 안건은 가결 116건, 대안 반영 166건, 폐기 14건, 철회 3건 뿐이다. 정무위의 법안 처리율이 27%에 불과하면서 금융당국은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반 국민들은 정부만 나서면 금융개혁이 다 이루어지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들여다보면 시행령을 제외할 경우 모두 국회의 법안처리가 뒤따라야 한다”며 “국회의 협조 없이 금융개혁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새로 구성된 정무위 첫 업무보고에서 금융개혁을 위해 7개 법안을 올해 안으로 법제화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인터넷전문은행특별법과 금융혁신지원특별법, 기업구조조정촉진법, 금융소비자보호법, 금융회사지배구조법, 특정금융거래정보의보고및이용등에관한법률, 신용정보법 등이다.
그나마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지분보유 한도를 완화하는 인터넷전문은행특별법과 한국형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는 금융혁신지원특별법, 부실기업에 대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의 근거를 담고 있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등은 여야 합의에 따라 정무위에서 지난 24일 법제화를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금융당국은 정무위의 법안 처리에 불만을 제기하면서도 이번에 3개 법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 것도 다행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정무위가 그나마 타 위원회보다 법안처리율이 높아 항변하기도 어렵다. 실제 정무위의 20대 국회 법안처리율 27%는 농해수위(45%), 국토위(43%), 여가위(41%) 등 보다는 현저히 낮지만 환노위(22%), 과기위(17%), 행안위(11%), 산자위(19%) 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20대 국회 각 위원회의 평균 법안처리율은 26%다.
다만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금융소비자보호법, 금융회사의 올바른 지배구조 확립을 위한 금융회사지배구조법, 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한 신용정보법 등 나머지 4개 법안에 대해서는 별다른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여기에 삼성·현대차·롯데·교보·한화·미래에셋·DB 등 금융그룹의 자본건전성을 강화하는 금융그룹통합감독법도 정무위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변화를 불러올 보헙업법 개정도 정무위의 중요한 처리 과제다.
금융위 관계자는 “나머지 법안들에 대해서도 올해 안으로 처리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모두 금융소비자와 시장의 안정을 위해서 꼭 필요한 법안들”이라며 “여야가 협치를 보여줄 때”라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