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법 개정... 대기업 ‘벙어리 냉가슴’ VS 中企 ‘적극환영’

공정법 개정... 대기업 ‘벙어리 냉가슴’ VS 中企 ‘적극환영’

기사승인 2018-08-28 01:00:00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몰아주기·담합 등에 대한 대기업 규제를 강화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입법을 예고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입장 차이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대기업들은 재벌 옥죄기라는 반면, 중소기업은 기울어진 저울추를 되돌릴 수 있는 기회라며 환영하고 있다.

◇ 대기업 “일괄규제는 대기업 목줄 죄기”

26일 공정위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1980년 제정된 공정거래법의 전면 개정이 추진되는 것은 처음이다.

개정안에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상장사·비상장사 구분 없이 총수일가 지분 한도를 20%로 일원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대기업 등 총수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대 차단을 위한 공익법인 보유 계열사 지분 의결권 행사 축소 방안도 포함됐다.

공정위는 현재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총수일가의 지분 기준을 상장사 30% 이상, 비상장사 20% 이상에서 20% 이상으로 통일시켰다. 또한 기업이 지분 50%를 초과해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도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그간 일부 기업에서 총수 일가의 지분을 낮추거나 자회사를 설립하는 ‘꼼수’로 규제를 피해왔기 때문이다.

개정안이 적용되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업은 상장사 27곳을 비롯해 이들이 지분 50%를 넘게 보유하고 있는 349개 회사가 더해져 총 607개가 된다. 롯데그룹 롯데쇼핑과 롯데제과, 현대차그룹 이노션·현대글로비스, SK그룹 SK D&D 등이 새롭게 포함된다.

또한 공정위는 대기업 공익법인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지분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시키기로 했다. 그간 대기업 공익법인은 총수 2세가 출자한 회사 등 기업집단 지배력과 관련된 회사 주식을 집중 보유하면서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유지하는 도구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다만 상장 계열사의 경우 예외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법 시행 이후 2년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신규 설립·전환하는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도 높아진다. 상장회사는 현행 20%에서 30%로, 비상장사는 40%에서 50%로 상향조정된다.

담합 규제 역시 강화했다. 가격과 입찰 담합의 경우 그간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 검찰이 기소할 수 있었던 전속고발제에서 제외된다. 공정위 조사에 따른 과징금 상한도 두배로 오르며, ‘가격ㆍ생산량 등의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도 금지 유형에 추가했다.

또 담합으로 손해를 본 피해자가 발생할 경우 필요에 따라 영업비밀에 포함되는 내용도 법원이 자료 제출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유례없던 강력한 규제에 대해 ‘비탄력적 일괄 규제’라는 불만이 나온다.

대기업 관계자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새롭게 포함된 계열사 지분을 정리하는 것도 일”이라면서 “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 계열사간 시너지인데 이러한 연결고리가 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의) 과도한 일감몰아주기로 중소생태계가 파괴된다면 그러한 부분을 규제하면 된다”면서 “일괄적으로 틀을 잡아 규제하는 것은 아쉽다”고 덧붙였다.

◇ “규제 환영… 중소기업 도움 될 것”

반면 중소·벤처회사의 경우 혁신성장 생태계구축의 일환으로 전폭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진다.

먼저 지주회사제도 활성화 요건이 완화된다. 벤처지주회사란 자회사 중 벤처기업인 자회사의 주식가액 합계액이 50% 이상인 지주회사를 말한다.

그간 대기업의 벤처기업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벤처지주회사 제도가 도입돼있었으나 자회사 지분요건과 비계열사 주식취득 제한 등 요건이 까다로워 실제 사례가 거의 없었다.

개정안에는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인수 활성화를 위해 지주회사설립 요건과 행위제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현행 벤처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보유 요건 20%를 유지하면서 기존 지주회사가 벤처지주회사를 자·손자회사 단계에서 설립하는 경우 벤처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보유특례를 적용하기로 했다. 벤처지주회사를 자회사 단계에서 설립시 지분을 상장·비상장사 모두 20%, 손자단계 설립시 50%로 완화한다.

비계열사 주식 취득제한을 폐지하며 시행령 개정을 통해 현행 벤처지주회사의 자산총액 요건인 5000억원을 대폭 줄인다는 방침이다.

이밖에도 개정안은 주요 독과점산업에 대한 원활한 경쟁촉진시책 추진을 위해 시장분석의 법적근거를 명시했다. 또 소관부처의 의견회신 근거를 마련하고 시장분석을 위한 자료제출 요청대상을 명확히 했다.

중소기업계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통해 “계열사 간 일감몰아주기는 총수일가의 사익편취와 대기업의 경제력집중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과의 공정한 경쟁기회를 저해하는 불공정 집합체인 만큼 규제대상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과징금 상향조정과 사인의 금지청구권 도입, 자료제출 의무화는 불공정거래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의 신속한 구제와 피해 최소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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