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근무하고 있는 A씨는 최근까지 자신의 퇴직연금이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몰랐다. 퇴직연금이 모 은행에 확정기여형(DC형)으로 예치된 사실만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다 최근 국민연금 수급 연령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이야기에 자신의 퇴직연금을 확인해 본 결과 수익률이 1%대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실망한 A씨는 자산관리(WM) 매니지먼트가 뛰어나다고 추천받은 증권사로 퇴직연금을 옮기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은행권에서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행보가 가속화 되고 있다. 고령사회 진입과 국민연금 논란으로 퇴직연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전체 퇴직연금의 절반을 운영하는 은행권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예금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12개 은행의 DC형 퇴직연금 수익률은 평균 1.35%를 기록했다. 원리금 보장형이 1.50%, 비원리금 보장형이 -0.44%로 집계됐다. 농협은행이 평균 1.24%로 가장 낮았고, 제주은행이 1.60%로 가장 높았다. 뒤이어 신한은행과 부산은행이 1.43%로 비교적 높게 나왔다.
A씨와 같이 은행의 퇴직연금 수익률에 실망한 이들은 증권사나 생명보험사로 눈을 돌리고 있다. 증권사, 생보사는 지난해말 기준 은행이 평균 1.60%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동안 각각 2.54%와 1.99%의 수익률을 기록해 은행과의 수익률 차이를 입증했다.
고객이 은행을 대신해 퇴직연금 수익률이 높은 증권사 등에 관심을 보이면서 은행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퇴직연금 운용을 통해 수수료를 챙겨온 은행 입장에서 고객의 이탈은 수익 감소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들은 A씨와 같이 시간과 금융지식이 부족한 고객에게 주목하고, 수익률 향상을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퇴직연금을 맡아 관리하는 국민은행이 대표적인 예이다. 국민은행은 DC형 퇴직연금 가입자 10명 중 3명은 퇴직연금의 상품 투자 비중조차 모른다는 점에 주목해 이달 ‘퇴직연금 자산관리 컨설팅센터’를 출범시켰다.
자산관리 컨설팅센터를 통해 A씨와 같이 스스로 퇴직연금을 챙기기 어려운 고객에게 상품 만기안내, 운용상품 리밸런싱, 추천 포트폴리오 안내 등 맞춤형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지식 부족에 따라 원리금 보장 상품에만 투자하는 고객 등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사후관리를 통해 수익률을 끌어올리겠다는 포석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개인별 투자성향 및 시장상황에 맞게 다양한 상품으로 운용할 수 있어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관리한다면 은퇴 후 든든한 자산이 될 것”이라며 “고객의 퇴직연금 자산관리 지원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신한은행도 ‘퇴직연금 전문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일부 은행들은 AI(인공지능)를 기반으로 하는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해 고객의 퇴직연금 운용을 지원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DC형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최초에 퇴직연금 운영을 지시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대부분 원금보장상품에 가입한 것”이라며 “원금보장상품에 퇴직연금을 넣고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