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업계가 정부 기조에 맞춰 일회용 플라스틱 컵·빨대 줄이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를 권장하고 지원해야할 관계부처와 지자체는 업체에 미뤄둔 채 뒷짐만 지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전국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매장에서의 일회용 플라스틱컵 사용 단속이 시작됐다. 이는 지난 5월 환경부가 추진한 ‘재활용 폐기물 관리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연간 260억개에 달하는 플라스틱 일회용컵을 줄이기 위한 범정부적 대책이다.
이번 대책에 따라 ‘테이크 아웃’ 손님을 제외한 매장 내 이용 고객이 플라스틱 등 일회용컵을 사용할 경우 지자체 판단에 따라 매장에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해당 제도 시행에 앞선 5월 환경부는 패스트푸드·커피프랜차이즈 업체들과 ‘일회용품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협약은 자원재활용법 제10조와 제8조에 따라 사업자가 자발적 협약에 참가할 경우 예외적으로 일회용품을 사용하거나 무상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이에 엔제리너스커피와 스타벅스, 던킨도너츠 등 프랜차이즈업계에서는 플라스틱 일회용컵을 비롯해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줄이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롯데지알에스가 운영하는 엔제리너스커피는 지난 13일부터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지 않아도 음료를 마실 수 있는 ‘드링킹 리드’를 매장에 적용했다.
또한 매장 내에 빨대 거치대를 제거하고 요청하는 고객에게만 이를 제공하도록 운영지침도 다듬었다. 드링킹 리드 사용으로 엔제리너스커피가 한 해 사용하는 플라스틱 빨대의 절반에 달하는 3400만개의 빨대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매장 이용 고객에게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 대신 머그컵에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
롯데지알에스는 엔제리너스커피 외에도 롯데리아 매장 등에까지 드링킹 리드를 확대·도입할 계획이다.
스타벅스 역시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줄이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현재 스타벅스 전 매장에서 1년간 사용하는 플라스틱 빨대는 1억8000만개에 달한다. 올해 안에 실제 사용이 가능한 종이 빨대를 도입해 전국 1180개 매장에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또한 아이스 음료의 경우 빨대 없이 마실 수 있는 뚜껑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제품 포장에 사용됐던 비닐 포장재도 친환경 소재 포장재로 점진적으로 변경한다. 현재 리저브용 빨대 비닐과 블렌디드용 빨대 비닐은 발주를 중단하고 종이 포장재로 바꾼 상태다. 이밖에 각종 MD 제품 포장에 사용됐던 에어캡도 종이 포장재 등으로 대체한다.
SPC그룹 던킨도너츠 역시 지난 20일부터 빨대를 사용하지 않고 음료를 마실 수 있는 ‘덤블러’ 컵을 도입하고 있다. 덤블러의 컵 리드(뚜껑)은 빨대 없이 음료를 즐길 수 있도록 디자인됐으며 테이크 아웃 제품 주문 시 제공된다. 또 매장 내 텀블러나 매장에서 사용하는 다회용컵 사용 고객에게 각각 300원과 100원의 할인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업계 노력에도 처음 플라스틱 컵 등의 감축을 선언한 환경부와 지자체 등은 개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플라스틱 일회용컵을 재활용하기 어려운 근본적인 원인이 있음에도 제도정비를 통해 이를 고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각 브랜드 매장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 일회용 컵을 재활용할 수 없는 가장 큰 원인은 두가지로 꼽힌다. 하나는 컵 표면에 프린팅 돼있는 브랜드 로고 때문이며, 다른 하나는 플라스틱 일회용 컵의 재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입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브랜드 로고를 직접 프린팅하지 않고 컵 홀더에 넣을 수 있도록 할 경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면서 “또한 제도개선을 통해 ‘플라스틱 일회용컵’ 생산시 재질을 한 두가지로 통일하게 한다면 현재 각 브랜드별 감축 노력에 더해져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현재 환경부와 지자체 등은 사실상 각 프랜차이즈 브랜드에 개선책 등을 미뤄두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