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금감원의 갈등) 문제를 줄여 나가겠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여야 의원들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갈등 문제를 질타하자 갈등을 줄여 나가겠다고 답한 것. 그러나 이러한 윤 원장의 약속은 한 달 만에 공염불이 됐다.
윤 원장은 29일 동대문 DDP 플라자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에 불참했다. 이번 채용박람회는 ‘일자리 창출’ 이라는 정부의 정책에 부응해 금융위와 금감원이 공동 후원하고, 59개 금융사가 참가한 금융권 공동 행사였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물론 전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 행사에 직접 참석했다. 그러나 윤 원장은 금감원이 공식 후원을 하고도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행사에는 윤 원장을 대신해 유광렬 수석 부원장이 대신 참석했다.
지난해 열린 금융권 채용박람회에도 금감원장이 직접 참석한 만큼 금융권에서는 “왜 참석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는 등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행사에 참석한 유 수석 부원장은 이에 대해 “다른 일정이 있어 (윤 원장이) 참석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금감원에 사실 확인 결과 윤 원장은 이날 별다른 외부 일정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유 수석 부원장에게 다시 질문하자, 그는 “내부일정”이라며 급히 자리를 피했다.
결국 금융권 대형 행사에 금감원장이 내부일정으로 빠지면서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설이 다시 힘을 받고 있다. 여기에 금감원 측의 해명은 이러한 갈등설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금융위의 잦은 행사 시간 변동을 금감원장의 불참 이유로 내놓았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위가 주관하는 행사라 그렇다. 이번 행사에 (윤 원장이 참석하지 않은)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행사가 최초 10시로 잡혔다가 수차례 변경됐다. 그러다 일정 관리에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며 “행사의 중심축이 금융위 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확인 결과 실제 이번 행사는 당초 오전 10시에 열리는 것으로 계획됐다. 이후 박람회 일정과 국회 및 공공기관장 회의 등의 일정이 겹치면서 행사 개최시간이 오후로 조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윤 원장의 불참이나 금감원의 해명이 앞서 약속한 ‘협력’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노동부장관과 금융위원장, 각 금융사 대표 모두 변경된 시간에 맞춰 행사에 참석했다. 금감원장이 행사 시간 변경을 이유로 별다른 일정도 없이 행사에 불참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금감원과 금융위의 갈등이 모두 풀리지 않은 것 아니냐”며 “아무리 그렇지만 전 금융권이 합심해서 진행하는 행사에 금감원장이 불참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