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생명이 ING생명 인수로 신한금융지주의 천덕꾸러기 신세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그동안 신한생명은 신한금융에서 차지하는 실적(당기순이익) 비중이 4%에 그쳤다. 이는 신한생명의 생산성이 업계 하위 수준에 머물렀던 영향이 컸다.
이를 두고 관련 업계에선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결단이 작용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2조원이 넘는 자금을 들여 ING생명을 인수하더라도 신한생명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그룹차원에선 필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반기 신한생명의 영업이익은 962억원으로 집계됐다. ING생명의 경우 2488억원으로 신한생명의 2.6배에 달한다.
반면 신한생명의 임직원 수는 6월말 기준 1290명으로 ING생명 790명의 1.6배 수준으로 많다.
이에 따라 임직원 1인당 생상성은 신한생명이 7400만원으로 ING생명 3억1400만원에 비해 4분의 1수준에 그쳤다. 그만큼 임직원 1인당 생산성은 신한생명이 ING생명에 비해 떨어지는 셈이다.
신한생명의 경우 ING생명의 화학적 결합이 완성된다면 단순 수치상으로 통합 생명보험사의 1인당 생산성은 1억9400만원으로, 현재 신한생명보다 2.6배 더 높은 수준에 다다른다.
이와 관련 신한생명 관계자는 “ING생명의 직원수가 신한생명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는 ING생명 기업 문화에 따른 차이다. 신한생명의 경우 지점장은 직원 수에 포함되는 관리자지만, ING생명의 지점장은 직원이 아닌 설계사 즉 개인 사업자에 속해 임직원수에 포함되지 않는다”면서 생산성이 떨어지는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차이가 났다. 신한금융이 ING생명을 인수함에 따라 생산성 향상뿐만 아니라 보험업계에서 입지를 세울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ING생명과 신한생명 인수합병이 성사되면 총자산 60조원으로 미래에셋생명을 넘어 단숨에 업계 5위로 뛰어오르게 된다”며 “업계 4위인 농협생명을 바짝 따라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용병 회장이 영업 생산성이 떨어지는 신한생명에 2조원 넘는 돈을 들여서 생산성 높은 ING생명을 인수하면 신한생명의 생산성이 순간적으로 올라가 신한금융이 다시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탈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신한금융지주는 ING생명 인수에 공을 들였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도 이달 26~31일로 계획됐던 북미 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IR) 출장 일정도 취소하고 ING생명 인수 협상에 집중하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이번 ING생명 인수는 은행과 카드에 집중된 사업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는 기회”라며 “2020 스마트 프로젝트에 따라 생명보험을 크게 키우려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한편 신한금융지주는 최근 ING생명 인수를 위한 자금조달 작업에도 속도를 내왔다. 이달 초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5억 달러(약 5600억원)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코코본드)을 발행한 데 이어 최근 추가로 4000억원 규모의 원화 신종자본증권 발행 수요 조사를 끝냈다. 이로써 신한금융지주의 자금 출자 여력은 2조8000억원까지 확대됐다. 이는 ING생명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신한금융에 제시한 2조4000억원을 넘는 금액이다.
조진수 기자 rokmc43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