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금융공사(주금공)의 전세대출 보증발행 요건을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으로 올리는 문제를 두고 ‘전세대출 공포’가 급격히 퍼지고 있다. 주금공의 전세보증 소득요건이 강화될 경우 고소득자는 보증서를 구하지 못해 은행에서 전세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우려다.
그러나 주금공의 보증서를 받지 못해도 고소득자 가구가 전세대출을 받을 길은 있다. 다만 대출받기가 기존에 비해 까다로워진다는 점이 정확한 사실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금공은 이르면 다음 달부터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상 가구에 대해 전세보증서를 발급하지 않을 계획이다. 이는 올해 4월 금융위가 발표한 ‘서민·실수요자 주거안정을 위한 금융지원방안’에 포함된 내용이다.
당시 금융위는 고소득층에 대해 지원을 줄여 서민 주거 지원을 더 늘리겠다는 취지에서 이러한 계획을 마련했다. 따라서 신혼부부(8500만원), 1자녀 가구(8000만원), 2자녀 가구(9000만원), 3자녀 가구(1억원) 등에는 소득 기준을 완화해 적용했다.
다만 금융위는 30일 전세대출 공포가 퍼지자 무주택자에 대해서는 전세대출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최종 시행 방안과 시점은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주금공 보증요건 강화는 대출 중단 아니다
국민·신한·하나·우리·기업·농협 등 국내 주요 은행에 확인 결과 해당 은행들은 보증서 없이 전세대출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보증서 없이 제공되는 전세대출 상품 자체가 은행에 존재하지 않는다.
은행 관계자는 “보증서 없이는 전세대출을 내주기 어렵다. 그럴 경우 대출 부실에 따른 책임을 은행이 모두 감당해야 한다. 신용대출로 전세자금을 내주기에는 전세자금의 규모가 커서 대출 승인이 나오지도 않고 금리도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인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보증서 발급이 중단될 경우 전세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다만 이는 주금공은 물론 주택도시보증공사(HUG)·SGI서울보증 등 여타 보증기관에서도 보증서 발급을 중단해야 가능하다.
지난 4월 발표된 정부의 주거안정을 위한 금융지원방안에는 주금공의 보증서 발급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만 담고 있다. 여기에 HUG와 서울보증의 보증요건을 강화하겠다는 방안은 담겨 있지 않다.
금융위 역시 “주금공 외에 전세보증을 취급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울보증보험(SGI)은 전세자금보증 시 주택보유 수, 소득요건 등에 따라 전세보증을 제한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주금공 보증요건 강화는 대출 문턱 강화
그렇다고 주금공의 보증요건 강화가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상 가구에 아무런 영향을 안 주는 것은 아니다. HUG와 서울보증의 보증서 발급 절차가 좀 더 까다롭고 전체 전세 보증서 시장의 50% 가량을 주금공이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주금공의 보증서를 대신해 은행권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서울보증의 보증서를 통해 전세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집주인에게 ‘양도 승낙’을 받아야 한다.
은행 관계자는 “서울보증의 보증서를 담보로 전세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대출금이 정상적으로 상환되지 않을 경우 집주인이 대출금을 상환하는 데 동의한다는 승낙을 받아야 한다”며 “서울보증은 이를 대출자가 받아야 하지만 주금공은 이러한 과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출금리 측면에도 주금공 대신 서울보증이나 HUG 보증서를 이용하면 불리함을 감수해야 한다. A 은행의 29일 3개 보증서별 대출금리(신용등급 5등급, 코픽스 6개월 신규 변동금리 기준)를 보면 주금공의 대출금리는 연3.08~연4.28%지만 HUG는 연3.31~연4.51%, 서울보증은 연3.56~연4.76%를 보이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당장 주금공의 보증서가 발급 중단된다고 해서 전세대출을 못 받게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가 서울보증이나 HUG 보증서까지 발급요건을 강화하면 우려하는 전세대출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